방심한 최강 팀… 준비한 도전자

“패배는 내가 부족한 것에서 비롯됐다” “오늘 결과는 전부 내 잘못”
전희철(52) 서울 SK 감독은 지난 7일 한국농구연맹(KBL)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창원 LG에 71대76으로 2연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거듭 이처럼 말했다. SK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역대 최소인 46경기 만에 조기 우승을 달성했다. 이는 KBL 역사에서도 손꼽을 강팀이라는 뜻인데, 챔피언결정전에서는 2위 LG에 홈 2연패를 당하면서 시리즈 전적 2패로 끌려가게 됐다. 전 감독의 말처럼 예상 밖 전개는 양 팀 사령탑의 지략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나온 전희철 감독과 달리, 조상현(49) LG 감독은 철저한 ‘SK 파훼법’을 가져왔다.
SK의 정규리그 성공 비결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속공. SK의 정규리그 평균 속공 득점은 15.4점으로, 2위 울산 현대모비스(9.2점)와 큰 차이가 날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둘째는 자밀 워니. 속공이 막혔을 때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워니가 번번이 득점해냈다. 워니는 덕분에 22.6점 11.9리바운드 4.4어시스트와 함께 올 시즌 외국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조상현 감독은 SK의 첫째 성공 비결인 속공을 허물기 위해 LG 선수들에게 맹렬한 공격 리바운드 가담을 주문했다. 리바운드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SK는 골밑에 선수를 많이 투입해야 하고, 속공에 참여하는 선수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었다. 이는 적중했다. SK의 속공 득점은 챔피언결정전 2경기 평균 6.0점에 그쳤다.
둘째 비결인 자밀 워니는 3~4명의 수비수를 붙이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추가로 안영준에게 전담 수비수 1인을 따로 붙였다. 이는 조 감독이 SK 선수들의 능력을 꿰뚫어본 덕분이었다. 올 시즌 SK에서 평균 30분 이상을 소화하는 선수 중 3점슛 성공률이 32%가 넘는 선수는 안영준(34.9%)뿐이다. 주력 가드인 김선형(31.7%), 오재현(25.5%)은 전부 외곽슛 능력이 별로다.
수비에게 둘러싸인 워니는 챔프전 2경기 동안 평균 19점으로 부진했다. 워니가 외곽으로 빼줘도 다른 선수들은 3점슛을 넣지 못했다. 같은 기간 SK의 3점슛 성공률은 25.0%. 원체 낮았던 정규리그(30.4%)보다도 5%p 이상 낮아졌다.
전 감독과 조 감독은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한솥밥을 수년 동안 같이 먹었다. 절친한 형 동생 사이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우정에 흔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당한 전희철 감독이 다음 경기에는 ‘멍군’을 외칠 수 있을까. 3차전은 9일 오후 7시 창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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