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4000억달러 선 깨지나

유소연 기자 2025. 5. 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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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047억달러… 5년새 최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50억달러 줄어 5년 만에 최저인 4047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달러 선을 위협하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위기 상황이 오면 방파제 역할을 하는 돈이다.

그래픽=이철원

최근 외환보유액 감소의 큰 요인은 해외 투자를 하는 국민연금이 시장에서 달러를 사는 대신 한은에서 달러를 바꿔가는 ‘외환 스와프(교환)’ 거래를 하는 데 있다. 국민연금의 한 해 해외 투자액이 약 70조원(약 500억달러)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외환 시장이 불안하면 이런 외환 스와프 거래 때문에 4000억달러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스와프 거래 기간 중 외환보유액이 거래 금액만큼 줄어들지만 만기 시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이라고 하고 있다.

◇4000억달러 선 위협받는 외환보유액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047억달러로 3월(4097억달러)보다 50억달러 줄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지난해 4월(60억달러 감소) 이후 1년 만에 최대 규모다. 외환보유액도 2020년 4월(4049억달러)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렇게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가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주된 원인”이라며 “이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외환 스와프 거래를 맺어 환율이 불안정할 때 외환 당국의 보유 외환에서 달러를 공급하고 나중에 돌려받고 있다. 해외 투자를 위해 달러가 필요한 국민연금이 외환 시장에서 달러를 사지 않고 한은에서 직접 달러를 받아가기 때문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는 2022년 100억달러에서 계속 늘려 왔는데,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환율이 급등하자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늘리기도 했다. 또 작년 12월 말 만료 예정이었던 외환 스와프 기한도 올해 말까지로 1년 더 연장했다.

그래픽=이철원

지난달 원화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는 등 환율 급등기에서는 이 같은 외환 스와프 거래액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원화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거래가 늘어날 수 있어 외환보유액도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외환보유액 현 수준 유지 가능”

다만, 원화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 국민연금이 굳이 외환 당국과 외환 스와프 거래를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이달 들어서 원화 환율이 5개월 만에 130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한 만큼 국민연금과 스와프 필요성도 줄어들어 외환보유액은 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했다.

또 스와프 만기가 돌아오면 국민연금이 달러를 다시 외환 당국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다시 늘어나는 효과도 나타난다.

하지만 다시 원화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당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 연구위원은 “미국의 품목별 관세 영향의 불확실성,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태도, 인도·파키스탄 갈등으로 인한 안전 자산 선호 심리 강화 등으로 환율이 1400원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하회한다고 당장 큰 경제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환율 변동성에 대한 정교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대로 내려가면 시장의 심리적 불안이 우려된다”며 “한은이 사실상 매수 개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한편 이날 한은이 발표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3월 기준)는 10위로 기존 9위에서 한 계단 내려앉았다. 통계를 낸 2000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순위다. 한은이 금(金)보다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 위주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면서, 최근 금값 상승의 수혜를 본 독일에 순위를 추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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