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46] 요즘 중국의 대표 한자

오징어 살은 불의 열기에 닿으면 둥글게 말린다. 그런 모양을 잠자던 자리 이불 둘둘 말아 떠나는 상황에 견준 말이 있다. 오래전에 중국 남단 홍콩이나 광둥(廣東)에서 유행한 “오징어 볶다(炒魷魚)”라는 표현이다.
이젠 중국 전역에서 통하는 실직(失職)의 공용어다. 불에 닿아 굽으면서 안으로 말리는 오징어 모습이 자리에서 쫓겨나는 실직자의 비참한 상황을 잘 나타낸다. 오징어처럼 말리는 상황을 가리키는 한자는 권(捲)이다.
글자의 대표적 성어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흙먼지를 휘몰아 거듭 오다”라는 뜻으로, 대단한 병마(兵馬)를 이끌고 돌아오는 누군가를 그렸다. 패배에 굴하지 않고 능력을 회복해 큰 기세로 몰려드는 경우도 말한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옛 싸움터를 둘러보다가, 비장하게 죽음을 택한 항우(項羽)를 회고하며 읊은 시에서 나온 말이다. 일단 물러나 은인자중한 뒤 다시 천하의 패권을 두고 자웅(雌雄)을 겨뤄보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뜻에서다.
오징어처럼 둘둘 말린다는 뜻의 글자 ‘권’이 중국에서 여전히 화제다. ‘안으로 말려들다’라는 뜻의 내권(內捲)이라는 단어가 몇 년 전에 등장해 아직도 유행이다. 안으로 둘둘 말려 들어간다는 점에서 영어 인벌루션(involution)과 호응한다.
경기 침체에 따른 끝없는 악성 내부 경쟁, 대규모 실업 등을 가리킨다. 때론 내투(內鬪), 또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과당경쟁에 휩싸였던 에그 타르트 가게에 빗대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 효과(Portuguese egg tart effect)’라고도 한다.
미국과 대결해 중국이 ‘권토중래’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단지 중국 일반인의 삶이 계속 지독한 ‘내권’을 견뎌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마침 실업·실직의 물결이 전역을 석권(席捲) 중이라고 하니 요즘 중국 사정을 가리키는 대표 글자는 확실히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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