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주문진성당

1975년대 중후반 주문진 성당에 봉직했던 스페인 출신 문요섭 신부의 축구 실력은 소문이 날만 했다.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로 상대 팀을 압박했고, 게임을 읽는 눈이 밝아 경기 때마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 냈다. 평소엔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경기장에선 성난 소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 스페인에서도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로 활약했다고 알려졌다. 주문진 조기축구회 선수로 뛰며 강릉 지역 대회 우승컵을 여러 차례 들어 올렸다. 그는 경기 후 뒤풀이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스로 주민이 되어 지역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낯선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선수상을 받기 위해 차렷 자세로 나란히 선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상을 받을 문 신부는 팔짱을 낀 채 웃으며 자유분방한 제스처를 취했다. 관중들은 “저렇게 해도 되나?” 하며 이질감을 가졌지만, 유럽과의 문화 차이를 느끼게 한 장면이었다. 어쩌면, 시상자보다 수상자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계기가 된 듯도 싶다.
문 신부가 생각난 건, 얼마 전 보도된 주문진 성당에 관한 뉴스 때문이다. 강원 도내 최초로 도 지정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 고시됐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지난 1955년 완공돼 천주교 전파의 중심지 역할을 한 주문진 성당은, 지역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상징물이다. 100여 평의 시멘트 콘크리트 건조물로, 라틴 십자형의 바실리카 양식 평면구조, 출입구를 겸한 건물 입구 종탑의 웅장한 면모, 다양한 창호와 뾰족지붕 등 아름다운 조형미로 우리나라 성당 건축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다. 신자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축하를 받아야 할 경사라 할 수 있다.
주문진 성당은 유년 시절을 지역에서 보낸 사람들에게도 각별한 장소였다. 본당으로 오르는 길의 경사가 심해 겨울이면 자연스럽게 눈썰매장이 만들어졌다. 비료 부대에 몸을 맡기고 스릴을 즐기기 위해 동네 어린이들이 몰려들던 곳으로, 만남과 추억을 선사했던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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