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선희]서울국제도서전 잇따른 내홍… K북 약진 이을 묘수 찾아야

그는 “예전에 우리가 해외 저자나 책을 계약하기 위해 외국 도서전에 찾아다녔던 것처럼, 이제는 해외 출판인들이 한국 책을 찾아 서울로 온다”며 “유럽에 직접 가봤자 경기 침체로 다음 해면 참여 출판사들이 바뀌는 걸 몇 번 경험한 이후로는 차라리 서울국제도서전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K콘텐츠의 선전에 힘입어 격세지감을 느끼는 분야가 한둘은 아니지만, 출판 시장에서 이런 변화는 참 드라마틱하다. 1954년 처음 시작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랫동안 ‘국제적이지 못한 국제도서전’ ‘어린이책 할인 장터’란 자조적인 평가를 받곤 했다. 해외 유명 도서전을 흉내내긴 했지만, 해외 출판사나 에이전시 참여가 거의 없었다. 국제도서전의 주요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각국 출판업자 사이의 저작권 거래도 이뤄지기 힘들었다.
내세울 만한 세계적인 작가와 콘텐츠도 부족해 관객을 끌 유일한 방편이 도서 할인 판매였다. 이렇다 보니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간판 출판사들은 도서전 참여를 꺼려 참여사 모집부터 난항을 겪었다.
변화가 시작된 건 최근 몇 년간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면서부터다. 외부 여건도 좋았다. 2016년 이후 일본 도쿄국제도서전이 열리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 베이징도서전은 정부 통제가 심해지면서 서울국제도서전은 아시아 대표 도서전이 될 기회를 맞았다. 2023년의 경우 참여사가 36개국 530개 출판사로 전년의 2.7배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는 별개로 서울국제도서전은 최근 연이은 내홍을 겪고 있다. 원래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마다 정부 보조금 형태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약 10억 원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2023년 도서전 수익금 관련 회계보고 과정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측 문제가 발견됐다며 직접적인 지원을 끊었다. 양측의 공방 속에 치른 지난해 도서전은 관람객 15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19개국 452개 참가사로 전년보다 규모를 절반 정도 줄였다.
올해는 도서전 개최 불과 한 달여를 앞두고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다. 문체부와의 갈등이 장기화되자 출협 측은 도서전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그런데 출판계 일각에서 이 과정이 불투명했으며 몇몇 법인과 개인이 지분을 독점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서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선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김혜순 시인, 정보라 작가 등 국내 작가들이 해외 유명 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며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한국 그림책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 작가와 작품이 해외 시장에 소개될 수 있는 절호의 호기를 자중지란으로 놓치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 국내 최대의 책 잔치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잇단 갈등의 출구를 찾아 ‘K북’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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