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장 예식장 활용?… 예술계는 정체성 훼손 걱정

인천시가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실속 있는 결혼문화를 확산시키고자 공공시설을 결혼식장으로 대관해 주는 지원사업을 추진하자 일부 시설에서 본질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일 시에 따르면 누구나 예산에 맞춰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아이(i) 플러스 맺어 드림(dream)'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우선 예비부부 40쌍을 대상으로 지역 내 공공시설 15곳을 무료로 대관해 주고 예식비용 100만 원도 함께 지원할 계획이다. 시청·구청 강당에 국한됐던 대관 장소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하버파크호텔, 아트센터 인천, 상상플랫폼 광장, 송도 수변공원 등으로 확대됐다.
이는 젊은 세대의 결혼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기존 형식적인 예식문화를 벗어나 개성을 중시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조치로, 젊은층이 선호하는 공간을 대거 포함시켜 다양화했다.

인천 문화예술계는 이번 정책이 단순 공간 활용 문제가 아니라 문화 공간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 예술가는 "아트센터 인천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설계 자체가 공연예술을 위한 것이고, 그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회성 행정 편의로 이 공간이 다목적 행사장으로 쓰이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는 예술의 질적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도 높은 대관료와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쉽게 이용 못하는 곳"이라며 "지금 인천의 많은 예술인들은 공연 기회조차 부족한 상황이라 공간 활성화를 위한다면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예술인들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결혼식장은 7층의 연회장을 사용할 예정이고, 상담하는 과정에서 공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급적이면 공연 있는 날을 제외해서 연계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아트센터 인천의 본연의 목적이 우선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손민영 기자 sm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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