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얀트리 화재’ 뇌물이 빚은 인허가 비리 탓인가
‘공무원 현장 확인’ 반드시 지켜져야
화재로 6명이 숨진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의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이 오간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8일 반얀트리 사용승인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공·시행사 관계자가 사용승인을 앞당겨 받으려고 기장군·소방서 공무원과 건축사, 소방감리업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 이들은 허위 ‘소방공사감리 결과 보고서’ 제출 대가로 감리업체 소방 담당 직원에게 3000만 원을 뇌물로 줬고, 1억 원을 추가 제공하겠다는 확약서를 썼다. 공무원과 건축사에게 고급호텔 식사권과 회식비를 뿌렸다. 시행사는 15만 원 상당 식사권 124장(1860만 원)을 구매, 이중 40장을 공무원 등에게 건넸다. 결국 제대로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면서 피해를 키운 셈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인허가 비리로 규정했다. 시행사는 지난해 11월 27일까지 공사를 끝내는 조건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325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기한을 지키지 못하자 한 달가량 준공을 유예해달라고 ‘대주단’에게 요청했다.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대출잔액 2438억 원을 갚아야 할 처지였다. 당시 공정률이 약 90%였다. 이 기간까지 완공이 불가능하자 뇌물을 썼다. 기장군 업무를 대행한 건축사도 범행에 가담했다. 건축사는 식사권을 여러 장 받은 대가로 가짜 ‘사용승인 조사 및 검사조서’를 작성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기장군 공무원은 회식비와 식사권을 받고 사용승인을 내줬다.
공무원들이 현장 확인 없이 건축사와 감리업체가 제출한 보고서만 보고 인허가를 승인하는 관행이 문제다.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과정이 10명의 사상자를 초래했다고 봐야 한다.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승인 도장이나 찍어주는 역할이라면 세금으로 월급을 줄 필요가 있는가. 제대로 감시하고 감독하라고 공무원에게 인허가권을 줬다. 서류에 문제 없으면 통과시키라고 준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성실히 업무하지 않고 불법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사고 방식이 화를 불렀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나아가 이 사건 관련 공무원들이 인허가 조건에 미흡하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던 정황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불법을 보고도 눈 감은 꼴이다. 시행사가 감리업체를 정하는 구조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해야 한다. 감리업체가 을이라 갑인 시행사 회유와 압박이 통했다. 건축사나 회계사처럼 무작위 추첨제나 외부 지정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찰은 인허가 비리 사건 등으로 8명을 구속하고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중 기장군 공무원 5명과 소방 공무원 2명이 포함됐다. 대형 화재가 없었다면 이번 비리도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시행·시공사는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불법을 정당화할 수 없다. 상처가 곪으면 터지는 법이다. 비리가 만연하면 언젠가는 드러난다. 다른 시행·시공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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