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 프로세스 혁신이 좌우한다

2024년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시행을 계기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ESG는 단순 보고의 차원을 넘어 정량적 근거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제3자 검증을 통한 신뢰 확보까지 요구받는 '경영의 문제'로 부상했다. 특히 산업을 불문하고 모든 대기업에 구조적 변화를 압박하는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ESG가 단순히 외부 홍보용 보고서가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정보로 부각되면서 그 관리 방식도 전면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이제는 정성적 설명을 넘어 정량 기반의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규제 동향은 일견 유연해지는 모습도 있다. CSRD는 일부 기업에 적용 시점을 유예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해(SEC)는 기후 공시 규정에 대한 법적 추진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는 ESG 본질이 약화됐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 스스로 자율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하는 시기로 해석해야 한다.
시장은 여전히 ESG 정보의 신뢰성과 실시간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ESG 시스템의 정합성과 일관성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 ESG에 대한 외부 압력이 다소 완화된 지금이야말로 기업 내부의 진정한 대응 역량을 점검할 시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수기 중심의 보고 체계, 부서별 단절된 데이터 관리, ESG 전담조직 부재 등으로 인해 전략적 대응이 쉽지 않다. 특히 스코프 1~3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해외 계열사 통합 공시, 사회 및 거버넌스 지표 대응 등은 단일 시스템과 사전적 프로세스 혁신(PI) 없이 사실상 실현이 어렵다. SG 대응은 단일 조직이나 문서 작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사적으로 연결된 데이터 체계와 선제적인 내부 정비 없이는 보고의 신뢰성도 확보될 수 없다.
최근 선도기업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ESG 시스템을 단순 구축이 아닌 '통합적 경영 인프라'로 접근하고 있다. 국제 공시 기준(ESRS/GRI/IFRS)에 기반한 지표 표준화, 정량·정성 데이터의 자동화, 사업장 단위의 R&R 체계, 기후 리스크 시나리오 기반 보고서 체계, 내부통제 연계 검증 프로세스 등을 포함한 종합적 구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자본시장 참여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ESG 시스템은 이제 회계·재무 정보만큼이나 정합성을 요구받는 구조로 진입했다. 체계 없는 ESG는 단기적 보고는 가능할지 몰라도 시장에서의 신뢰는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PI가 선행돼야 한다. PI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가 아닌, ESG 정보의 산출 기준 정의, 조직 간 역할 분담, 검증 절차 설계 등 전사적 재구조화를 포함한다. 또한 글로벌 기준과 국내 업무 맥락 간 정합성 있는 인터페이스 설계는 실무 적용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시스템은 결국 프로세스의 반영이다. 정비되지 않은 업무 흐름 위에 시스템을 올리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실제로 SAP, IBM 등 글로벌 ESG 솔루션도 존재하지만 대부분 시스템 단위의 모듈 제공에 집중돼있어 국내 법제나 기업 운영 특성을 맞추기엔 한계가 있다. 반면 PI부터 시스템 설계, 구현, 사후관리까지 ESG 전 주기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컨설팅-IT 융합형 조직은 보다 현실적이고 실행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별 공시 기준과 기업 현실에 맞춘 최적화 경험을 축적하며 이미 국내 주요 그룹사의 ESG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갖춰진 프로세스와 데이터 기반 위에서 ESG에 AI 적용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ESG 경영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이는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인프라 투자의 일환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과제다. 그 출발점은 바로 정교하게 설계된 PI와 정합성 높은 정보시스템의 구축이다. 형식적 보고에서 벗어나 실질적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춘 기업만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지속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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