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부터 군부대까지"…조직적 사기로 번진 '노쇼'
형법상 사기죄 성립 안 돼…업무방해죄만 적용 지적도
"집단 사기로 피해 규모 커져…예약보증금 제도화 필요"

#1. 충남 계룡에서 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0대) 씨는 최근 노쇼로 인해 낭패를 봤다. 지역 소방서 이름으로 들어온 97만 원 가량의 예약 주문이 사칭 사기였던 것이다. 이 씨는 "음식 예약을 주문받고, 음료 추가 주문이 들어와 공인이 찍힌 예산 승인서를 두 차례 받았다"며 "분명 문서는 충남소방본부로 돼 있었는데, 수신자가 경북으로 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상하다고 느껴 직접 전화해 확인해보니 사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하려고 하니 실질적으로 음식을 가져간 게 아니라 사기죄 성립도 안 된다고 했다"며 "음식을 건네지는 않았지만, 이미 주문한 47만 원의 식자재 값은 누가 피해보상해주느냐"고 토로했다.
예약만 한 채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예약 부도)'가 조직적 사기 범죄로 진화하면서 지역에서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노쇼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최근 4년(2021-2024년)간 53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2021년 45건, 2022년 130건, 2023년 150건, 지난해 212건이었다. 3년 새 4.7배가 늘어난 셈이다.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도 2021년 4건, 2022년 10건, 2023년 12건, 지난해 17건으로 비슷한 수준(4.25배)으로 늘었다.
이 같은 노쇼는 최근 경찰이나 검찰, 소방, 군부대 등을 가리리 않고 사칭하면서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지역에서도 교정청이나 군부대라고 속이는 사례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에서는 지난 2월 말 교정기관 직원인 것처럼 소상공인에게 접근해 식자재, 철물, 건축자재 등 납품을 요청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문서와 명함, 사업자등록증을 보여주며 신뢰를 얻은 뒤 '돈이 없으니 먼저 납부해달라'며 대납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서산에서도 최근 한미연합군사령부를 사칭해 음식 80만 원어치를 예약하고, 연락두절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업주도 위조된 군 공식 문서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노쇼 사칭 범행의 목적은 금전 편취와 화풀이가 대부분이다. 신뢰도가 높은 기관의 이름을 앞세워 돈을 먼저 송금해주면 현금으로 되돌려주겠다고 하거나, 업주가 식자재비와 인건비를 낭비하도록 한 뒤 의도적으로 실질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업주가 중간에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물건 등을 건네지 않았다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법상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했을 때만 적용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예약보증금 등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소영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쇼는 사기죄 성립이 어려워 업무방해죄로만 적용된다. 집단 사기 증가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고, 정부기관 사칭 범죄인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선결제나 예약보증금을 제도화하거나, '법적 조치 취한다'는 명시적 문구를 계약서에 넣어 행동 통제 효과를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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