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둘째날, 첫 연기도 검은색... "새 교황 기다림 간절해"
"교황 탄생 보자" 첫날 5만 인파 모여

"오늘은 새 교황이 탄생하지 않을까요?" 콘클라베(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 비밀 회의) 둘째 날인 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과 연결되는 이탈리아 로마 '화해의 길(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에서 만난 로마 주민 로코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렇게 믿는 건 그간 '이틀이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한 추기경이 많아서다. 로코는 "타인과의 유대감이 느슨해지고 있는데 이를 묶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교황으로 뽑혔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대화 내내 그의 시선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고정돼 있었다. 새 교황 선출 시엔 굴뚝에서 흰 연기를, 불발 시엔 검은 연기를 내보내 결과를 알린다. 전날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된 첫 투표 후엔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추기경 선거인단(133명)의 3분의 2 이상(최소 89명)을 득표한 이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날 오전 진행된 투표에서도 그러나 교황 선출은 불발됐다. 오전 11시 52분쯤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자 성 베드로 광장 등에 모여 있던 인파에서는 '아' 하는 탄식이 나왔다. 추기경들은 전날 투표를 마친 뒤 휴식을 취했고, 이날 미사 뒤 오전 9시 30분부터 다시 투표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날 교황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은 바티칸 주변에 여전했다. 직전 두 차례 콘클라베(2005년 베네딕토 16세·2013년 프란치스코) 모두 투표 둘째 날 흰 연기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엔 네 번째, 2013년엔 다섯 번째 투표에서 새 교황이 선출됐다. 첫날 오후에만 한 차례 투표가 이뤄지고 다음 날부터는 하루 최대 네 번씩 투표가 진행되므로 교황 선출 가능성이 커진다.
이른 오전부터 바티칸을 찾은 인도 출신 수녀 앤서니는 "교황이 선출되는 순간을 직접 보는 건 내 생애 단 한 번일 것이기에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 들린 가방에는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루 종일 기다릴 요량으로 챙겨 온 과일 등 음식이 가득했다.

첫날 늦게 검은 연기... 바티칸엔 "아!" 탄식
이튿날 오전 투표 불발 시 아쉬움이 컸던 건 전날 투표 결과가 예상보다 많이 지연되면서 새 교황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졌던 것과 관련이 깊다. 전날 오후 5시 43분 "엑스트라 옴네스(Extra omnes·모두 나가시오)"라는 디에고 라벨리 교황청 전례원장 명령 뒤 시스티나 성당 문이 '쾅' 닫히면서 투표는 시작됐다. 투표 결과는 당초 이날 오후 7시쯤 발표될 것이라고 교황청은 공지했는데,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난 시각은 오후 9시 1분이었다. 2시간이나 지연된 것이다.

오랜 기다림에 지칠 법도 했지만 교황 선출 순간을 직접 보기 위해 바티칸 및 주변에 모인 이들 대부분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 인파는 5만 명에 달했다. 현장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연기가 나지 않았는데 이따금 박수도 나왔다. '결과를 빨리 알려달라'고 독려하는 박수였다. 첫날 교황 선출이 불발됐지만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이는 많지 않은 듯했다. 미국인 켈리는 "단 한 번의 투표로 교황이 결정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첫 투표에서 교황이 뽑힌 가장 최근의 사례는 1721년 즉위한 교황 인노첸시오 13세 때다.
결과 발표가 늦어진 이유는 알 수 없다. 콘클라베 기간 동안 시스티나 성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바깥으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추기경들은 투표에 앞서 한 명씩 복음서에 손을 얹고 '콘클라베 세부 사항을 외부로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도 했다. 이들은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시스티나 성당과 임시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 및 산타 마르타 베키아만 오갈 수 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투표 결과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이 투표에 앞서 진행한 묵상 시간이 길어졌을 것' '추기경 규모가 역대 최대인 데다 일부 추기경은 이탈리아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해 일정이 지연됐을 것' 등의 추론을 내놨다.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는 재검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전했다.

바티칸·로마=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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