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번방 방지법’ 시행 5년째, ‘수법’은 진화했고 ‘대응’은 미약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시청 사건 年 483건꼴
2024년 464건 중 59%는 제작·배포까지
가해자 80% 집유, 경합범죄인데도 평균 형량 2년
정작 텔레그램 등 해외 사업자는 법 적용 제외
방통위 “문제의식 느끼고 계속 협조 구하고 있어”

8일 판결문 검색 서비스 엘박스(LBox)를 통해 지난해 1년 동안 전국 1심 법원이 선고한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소지 등’ 사건 464건을 분석했다. N번방 방지법 시행으로 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며 처벌할 수 있게 된 ‘단순 시청’도 포함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나 시청에 그친 사건은 41.2%로 절반도 안 됐다. 나머지 58.8%는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2개 이상의 죄명으로 기소된 경합범죄 사건이었다. 소지하거나 시청한 성착취물을 재유포하거나 새로운 착취물을 제작하기도 했다는 것인데, 성착취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눈덩이처럼 쉽게 불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은 징역형을 선고받더라도 10건 중 8건꼴(79.4%)로 집행유예가 이뤄졌다. 또 해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관련 사건이 최소 수백건씩 벌어지고 있지만, 성착취물이 주로 유통되는 해외 플랫폼의 사업자에겐 강제력 있는 의무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N번방 방지법 취지가 무색하게 된 것이다.

절반 이상이 경합범죄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형량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또는 배포한 자에게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소지 또는 시청한 자에게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고유예 역시 23건으로 적잖았고 형 면제 1건, 벌금형 1건도 있었다. 선고유예와 형 면제는 모두 죄는 인정되지만 전자는 형을 선고하지 않고, 후자는 선고는 하되 형을 집행하지 않는 걸 의미한다.
이들 사건에서 성착취물 유통 경로는 주로 해외 플랫폼인 엑스(X·옛 트위터)나 텔레그램이었다.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8월 말부터 4월까지 진행한 사이버 성폭력 범죄 단속으로 적발된 불법 영상물은 8만84건에 달했는데, 대부분 해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됐다. 이 중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3만3787건에 달했다.
관할 정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텔레그램이 청소년보호책임자를 지정하는 등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불법 영상물 유통에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디까지나 자율 규제로 강제성은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이 있었고 문제의식을 느끼고 계속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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