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하게 돌아가는 중고기계…노력없이 욕망 채우려는 인간을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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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쓸모를 다하지 못하고 처분된 중고 기계들이 달그락 거리며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노력없이 원하는 걸 얻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중고 기계와 무생물의 허무한 움직임에 빗대 꼬집은 것이다.
그는 "7년 전 발 마시지기를 사용하는데, 마사지기가 그냥 돌아가기만 할 뿐 마사지를 잘 못하더라. 자기 일에 관심 없어 보이는 태도가 흥미를 끌었다"며 "쓸모를 다하기도 전에 버려지는, 새 것 같은 상태의 중고 기계들이 언젠가는 소멸할 위기에 처한 우리와 닮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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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갤러리서 亞 첫 개인전

나무로 만들어진 오리 장난감 세 개는 모니터 속 무릉도원을 향해 열심히 달리지만, 이들은 낡은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제자리 걸음을 할 뿐이다. 모니터에 비친 무릉도원 역시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짜 장소에 불과하다. 한국계 미국작가 레이첼 윤이 제작한 이 설치 작품의 제목은 ‘No Pain No Gain(노력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노력없이 원하는 걸 얻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중고 기계와 무생물의 허무한 움직임에 빗대 꼬집은 것이다.
레이첼 윤의 아시아 첫 개인전 ‘NO SWEAT’이 오는 5월 31일까지 서울 청담동 지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사지 기기, 운동 기기, 전동 육아용품 등 중고품과 모조 식물, 유아 운동화 등 각종 사물을 결합해 만든 키네틱 설치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NO SWEAT’은 말 그대로 ‘땀 흘림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마치 살아 있는 듯 격렬하게 움직이지만 실질적인 생명력이 없는 기계들은 움직임은 있으나 땀 흘림(노력)은 없는, 그래서 아무런 성취도 없는 비극적인 상황을 위트 있게 보여 준다. 사람들에게 반응이라도 하는 듯 꽃잎을 폈다 접길 반복하는 대형 모조 식물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계들에 실리콘 같은 소재로 만든 가짜 땀방울이 매달려 떨어질 듯 말 듯 흔들리는 모습은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레이첼 윤의 작업은 한편으로 이민자인 아버지가 꿈꿨던 ‘아메리칸 드림’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동경과 좌절, 진정과 모조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한다. 그는 “끝없이 노력해서 무언가를 성취해야 하는 게 보통의 이민자가 처한 상황이다. 더 나아지지 못하면 실패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겪어 보니 이민자들의 실패는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더라”고 말했다. 노력해도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 역시 또 다른 허망함을 불러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전시장 한편에는 찜질방의 사우나실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조명의 대형 설치 작품도 전시됐다. 레이첼 윤은 “찜질방에서의 경험은 강렬했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웠고 격렬하게 때를 밀었다”며 “쉼조차도 일이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사우나실 역시 쉬기 위해 땀을 빼고 있지만 실제로는 쉬는 것 같지 않은, 이중적인 공간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편 1994년생인 레이첼 윤은 미국 워싱턴대 미대 졸업 후 지난해 미국 예일대 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나이트갤러리, 독일 갤러리 소이 캐피탄 등에서 최근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20년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 펠로우십’과 ‘그레이트 리버스 비에니얼 아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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