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6개월만 1300원대…항공사에 무조건 이익일까
약달러·관세 여파에 화물운송은 감소 불가피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자 약달러 수혜를 받는 항공주가 주목받고 있다. 항공사 리스비 등 비용 감소와 여객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다. 그러나 항공사의 또 다른 수익원인 화물부문의 경우 약달러로 인한 수요 부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상호관세 협상, 미·중 무역분쟁, 인도-파키스탄 전쟁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약달러를 단순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달 8일(2만450원) 대비 10.27% 오른 2만2550원을 기록했다. 전날인 7일에는 주가가 하루만에 7.86% 올랐는데, 이는 2022년 11월 이후 3년 만이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티웨이항공(9.91%)·에어부산(9.81%)·진에어(7.92%)·제주항공(6.9%)·아시아나항공(3.71%) 등 항공주가 일제히 날개를 펴는 모습이다.
항공주 상승은 원-달러 환율이 1486원이었던 한 달 전보다 100원 가까이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8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대비 1.4원 내린 1396.6원에 장 마감했다. 전날인 7일에 이어 이틀째 1390원선을 사수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하회한 건 지난해 12월2일(1396원) 이후 처음이다.
원화가 강세일 때 항공주가 반등하는 이유는 영업비용 하락에 있다. 항공사의 주요 비용인 항공기 리스비, 유류비 등이 모두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 주 수익원인 여객 수요가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평균 여객 단가도 오르기 때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0원 하락할 경우 대한항공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39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제 유가가 4년만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항공주 동반 상승에 기여했다.
약달러, 항공화물 물동량 감소 유발해
그러나 달러 약세는 항공사에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항공사 수익은 크게 여객과 화물에서 발생하는데, 수익원의 한 축인 화물 부문 수요가 감소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항공화물을 통해 제품을 수출하는 수출기업들은 물품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통상 고환율일 때 수출 물량을 늘린다. 그러나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 물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항공사의 화물 부문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항공화물 운송량은 상호관세가 본격 발효되기 전부터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항공화물 물동량은 전년 대비 0.3% 감소(69만5000톤)했다. 대한항공의 1분기 항공화물 수송량도 전년동기 대비 5.6% 줄었고, 적재율은 70.5%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항공사 화물의 주요 취급 품목이 관세 타격을 맞았다는 점도 화물 부문에 부정적이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전체 화물 매출 중 52%가량이 미주 노선에서 발생한다. 미주행 화물 노선에서 주로 반도체·휴대폰·바이오·의료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품목들은 모두 대미 품목 관세가 부과됐거나, 향후 수개월 내 부과가 예정된 상태다. 달러 약세로 물품의 환산 대금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관세부과까지 현실화하면 수출 물량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단기적 환율 하락보다는 상호관세 협상,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의 개선이 항공업계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경우 오는 7월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다는 건 대한항공의 손익에 긍정적이나, 무역분쟁·전쟁·국내 정치 혼란 등 불안정한 대외 환경은 여전히 안정화되지 못했다"며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를 순 있겠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더 오를 동력은 부족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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