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관우 과천 출신 인장화 작가] “도장은 시간과 역사·존재의 흔적”
서양화 그리다 전환…도장에 색 입혀 완성
추사 거처 '과지초당' 추사박물관 기증도
“단순 시각적 표현 넘어 인간 근원 담아낼
전 세계인 언어들 새긴 작품 만들고 싶어”

"도장은 단순한 인장이 아니라 시간과 역사, 존재의 흔적입니다."
이관우 작가는 "과천 개발이 한창이던 때 빈집에 버려진 수많은 목도장을 보고 말로 할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빈집에 버린 물건 중에 사람의 손때 묻고 체취가 느껴지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질문 끝에 마주하게 된 것이 도장이었다"면서 "그 뒤부터 도장을 물감으로 삼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양화를 그리다 인장(印章)화로 장르를 바꿨다.
이 작가는 그동안 서양화 300여 점, 인장화 700여 점 등 총 1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과지초당'(瓜地草堂)을 과천 추사박물관에 기증했다.
과지초당은 추사 김정희(1786~1856) 선생이 말년에 거주했던 곳으로 작가가 직접 새긴 도장 수백 개를 조합해 형상을 표현한 작품(91x91cm)이다.
그는 "과지초당 자리는 우리 가족이 밭농사를 짓고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곳"이라면서 "과지초당은 그림을 그린다는 개념보다는 건축하는 마음으로 자연과 혼연일체가 될 수 있게 회화적으로 다가서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인장화는 도장을 새겨 캐스팅하고 회화성을 만들기 위해 색을 입힌 뒤 한 조각씩 패널에 심어 가는 과정을 거친 끝에 완성된다.
그는 "수많은 도장이 의도와 다르게 배치될 때 그 속에서 또 다른 질서가 생기고, 또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난다"면서 "작품은 그 모든 우연을 껴안고, 의도하지 않은 진실과 마주할 때 나온다"고 했다.
이 작가는 국내는 물론 미국 뉴욕·마이애미, 영국, 이탈리아,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미국 작가(비평가) 로버트 C. 모건은 "이관우 작가의 앙상블라주(emsemblage·다양한 오브제를 결합한 아상블라주에 회화를 조합한 작품)는 과거의 역사적 의미를 현재로 유입시킨다"면서 "동양의 관점에서 도장이라는 기호는 이 땅에 살았던 무수히 많은 사람, 그들의 공동체의 가치에 기여하고 일상적인 거래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도장이 필요했던 모든 개개인을 나타낸다"고 호평했다.
이 작가는 "15년 전 뉴욕 아트 엑스포에서 '응집' 3점이 연달아 판매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는 순수한 애호가가 작품을 구매한 것을 잊을 수 없다. 이것이 예술의 본질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인의 언어들을 도장에 새겨서 작품에 담고 싶다고 했다.
이 작가는 "더 확장성 있게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작품을, 이 시대의 기억으로, 그리움으로, 혼으로 남을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예술 정신과 함께 작품이 단순히 시각적 표현을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의 깊은 근원을 담아낼 것"이라고 했다.
/과천=글·사진 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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