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 했던 아버지 얼굴, 76년 만에… 6·25 전사자 첫 '얼굴 복원'
고 송영환 일병 딸 재숙씨 하얀 카네이션 헌화하며 눈물

"아! 이분이었구나. 예전에 작은아버지가 본인과 닮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러네요."
어버이날인 8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건물에서 영정 사진으로 난생처음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한 송재숙(76)씨는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멍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씨는 이날 어버이날을 맞아 처음으로 아버지께 하얀 카네이션을 건넸다. 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국유단을 찾아 유전자 시료를 제공한 지 5년 만이었다. 그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게 이런 건가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송씨의 아버지인 고 송영환 일병의 유해는 2013년 9월 강원 동해시 망상동 일대에서 발굴됐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12월 자원입대한 고인은 이듬해 3월 17일 정선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전사했다. 고인은 1954년 9월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송씨는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고인이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송씨는 세 살에 불과했다. 게다가 아버지의 생전 사진마저도 없었다. 송씨는 그리운 아버지의 얼굴을 평생 상상만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었다.
고인의 사진 복원 작업은 국유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6·25 전사자 얼굴 복원 사업의 첫 성과다. 지난해 6월 양 기관은 상태가 양호해 복원이 가능한 두개골 4구를 선정, 같은 해 8월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두개골에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를 더해 근육을 하나하나 붙여가며 얼굴을 복원했다. 유준열 국과수 연구원은 "고 송 일병의 사진 복원은, 비록 생전 사진 없이 이뤄졌지만 사진이 존재했던 실종자들의 복원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영정에 첫 카네이션

땅 속에 유해가 묻힌 지 62년 만에 세상 빛을 본 고인은 신원이 확인되기까지 11년, 그리고 국유단과 국과수의 노력이 깃든 11개월의 시간을 더 인고하고서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마주할 수 있었다.
두 손으로 아버지의 사진을 부여잡고 흐느끼던 송씨는 "제가 세 살 때 아버지가 군에 들어가셨는데 그때 아버지의 발이 떨어졌을까, 임종하셨을 때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만감이 교차했다"며 "아버지 영정에 카네이션을 올릴 때 차올랐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근원 국유단장은 "앞으로도 6·25 전사자가 생전 얼굴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과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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