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비난 구실 줄라"…패전 80년 '반성 입막음' 나선 일본 자민당
'반성 끝내자' 아베 담화 계승 강조
정부 "전후 80년 메시지 안 정해져"

제2차 세계대전 패전 80주년을 앞두고 일본 집권 자민당이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과거사 반성' 메시지 발신 저지에 나섰다. 반성 메시지를 내면 한국이 침략의 역사를 비판하며 일본에 더욱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8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내 우익 성향 의원들 모임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이하 모임)은 전날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찾아가 '전후 80년 검증'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시바 총리가 일본이 당시 전쟁을 일으킨 원인을 분석·평가하기 위한 '전쟁 검증 전문가 회의' 발족을 준비한다고 알려지자,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당초 패전일인 8월 15일 '전후 80년 담화'를 발표하려 했지만, 당내 반발에 막혀 일단 보류했다. 대신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관련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조율해 왔다.
이시바 총리에게 전해 달라며 별도의 요청서도 건넸다. 요청서에서 모임 측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70년 담화로 사죄 외교를 끝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 검증은 그 내용과는 상관없이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에 일본을 비난할 구실을 다시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8월 발표한 70년 담화를 통해 "우리 아이와 손자들에게 계속 사과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일본이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냐"는 당시 자민당 극우 세력의 역사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시점의 현 자민당도 반성 대신 '아베 담화 계승'을 택한 셈이다.

급기야 "과거사 반성이 부당하다"는 발칙한 주장까지 내놨다. 모임은 요청서에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년 담화를 거론하며 "일본의 존엄이 부당하게 더럽혀져 국익을 해쳤다"고 지적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8월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과거사 반성과 함께 한반도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모임은 또한 "대전(大戰) 검증이라는 중대한 일을 수개월 안에 할 수는 없다"고도 주장했다.
자민당 요구에 정부 측은 일단 전문가 회의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며 유보적 태도를 나타냈다. 하야시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리가 전쟁 검증 전문가 회의를 발족한 사실이 없고 전후 80년 메시지 방식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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