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세탁 우려에… 가상자산 거래소 '출금 지연' 부활
이후 지급정지 액수 최대 67배 폭증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단됐던 '가상자산 출금지연 제도'가 다시 시행된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이용자 편의를 위한다며 이 제도를 없애거나 축소했는데, 그로 인해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모임인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를 비롯한 업계와 협의 끝에 보이스피싱 피해금 유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출금지연 제도 재개에 나서겠다고 8일 밝혔다.
가상자산 출금지연 제도란 고객이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가상자산을 출금할 수 있는 일종의 보호장치다. 가상자산거래소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암호화폐로 바꿔 세탁하는 창구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9년부터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시행해 왔다. 거래소별 차이는 있으나 통상 신규 회원은 72시간, 기존 회원은 24시간이 지나야 출금이 가능했다.
그러나 거래소들이 이용자 불편 완화를 이유로 지난해 해당 제도를 폐지·축소하면서 보이스피싱 피해금 이체가 급증했다. 출금지연 제도를 중단한 빗썸·코인원·코빗의 경우, 중단 전후 6개월간 보이스피싱 피해금 이체(지급정지) 건수는 최대 30배, 액수는 67배 이상 폭증했다. 기존 고객의 거래 패턴을 고려해 위험성이 적은 경우 출금지연이 면제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완화한 업비트의 경우에도 지급정지 건수가 3배 넘게 증가했다.
당국은 우선 출금지연 제도를 재시행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유출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출금지연 제도를 폐지했던 3사는 약관 개정 등을 통해 이달 중 재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표준약관 제정을 통해 출금지연이 안정적·일관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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