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현악사중주단 타카치 콰르텟 “생명력 불어넣는 토론과 실험이 50년 원동력” [인터뷰]

고승희 2025. 5. 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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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소프라노 박혜상과 공연
용재 오닐 “페어는 콰르텟의 근간”
페어 “오닐의 곡 해석은 신선한 자극제”
타카치 콰르텟 [크레디아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어떤 곡이든 살아 숨 쉬는 음악으로 만들고,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실험한 것이 50년의 원동력이에요.”

1975년, 겨우 열아홉 살에 불과했던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 출신 동기 네 명이 모였다.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는 “교수님의 요구를 충족하기만 해도 만족했던 때가 있었다”며 오래전 그때를 떠올렸다. 시간은 네 명의 멤버에게 음악적 열정과 철학을 불어넣었다. 1977년 프랑스 에비앙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의 우승은 ‘타카치 콰르텟’의 이름을 세계 무대에 알린 계기가 됐다.

“시간이 지나며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어떤 곡을 연주하든 그 안에서 적절한 캐릭터와 표현을 찾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과제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 깨달음은 지금까지도 우리 콰르텟의 핵심적인 원칙으로 남아있어요.” (안드라스 페어)

그 후로 50년. BBC뮤직매거진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날 이보다 뛰어난 현악사중주 연주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오랜 시간 이어오며 멤버 교체 또한 있었다. 가장 늦게 합류한 한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가 우리 콰르텟의 근간”이라고 했다.

“그의 옆에 앉아서 연주하는 것은 매일 수업받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매우 좋은 의미로 말이죠. 안드라스는 정말 대단한 음악가예요. 저도 45년 후에 그만큼 잘 연주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

‘현존 최고’의 현악사중주단,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하는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린 타카치 콰르텟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 현재는 원년 멤버 안드라스 페어와 바이올리니스트 에드워드 듀슨베리·하루미 로즈, 한국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의 ‘오늘’엔 한 사람이 태어나 소년, 소녀 시절을 보내고 청년기를 거쳐 중년에 다다른 긴 시간의 역사와 노력이 쌓여 있다.

페어는“해마다 꾸준히 연습하고 리허설하며, 위대한 작품들이 더욱 진실하고 설득력 있게 들리도록 노력해왔다”며 “올해가 ‘50’이란 의미 있는 숫자가 된 것은 그 노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강조했다.

타카치 콰르텟 [크레디아 제공]

50주년을 맞아 이어갈 이번 한국 공연(5월 16일 세종, 17일 익산, 18일 제주, 20일 서울)에선 소프라노 박혜상과 함께 20세기 현대 음악의 거장 힌데민트의 ‘멜랑콜리’를 들려준다.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1번, 라벨의 현악사중주 F장조도 연주한다.

타카치 콰르텟의 공연 프로그램엔 언제나 이들의 ‘내일’이 담겨있다. 페어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땐 세 가지를 고려한다”며 “레퍼토리로 삼아 공부하고 싶은 곡, 음반으로 녹음하고 싶은 곡,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공연 주최 측이 기대하는 곡”이라고 했다. 한국 공연의 곡 역시 ‘녹음 예정인 곡’이 포함됐다.

페어는 “항상 하이든의 음악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하이든은 독창성과 재치, 캐릭터, 유머,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음악을 남겼다. 이 점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타카치 콰르텟과 박혜상이 한 무대에서 호흡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혜상과 함께 하는 ‘멜랑콜리’는 “인간의 목소리와 현악기가 섬세하게 어우러지는 곡”이라는 것이 페어의 설명이다.

그는 “다섯 번째 연주자와 함께하는 작업은 늘 신선한 자극이다. 연주자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하려 하기에 과정 자체가 굉장히 배울 점이 많고 흥미롭다”고 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 역시 “박혜상 씨는 몇 년 전 팬데믹 시기에 만나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다”며 “아름다운 목소리와 뛰어난 인토네이션,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섬세함을 가진 멋진 연주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용재 오닐은 올해로 타카치 콰르텟에 합류한 지 벌써 6년째다. 그가 가장 최근에 합류한 멤버다. 비올리스트 제럴딘 왈더가 은퇴하면서 2020년부터 활동했다.

용재 오닐은 “타카치 콰르텟에 합류하는 것은 일생의 꿈”이라며 “50년 동안 이어온 콰르텟의 일원이 된 것은 큰 영광이자 동시에 책임감을 갖게 한다. 선배들이 세워온 위대한 전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카치 콰르텟 [크레디아 제공]

페어는 용재 오닐에 대해 “오페라, 교향곡, 독주곡 등 모든 종류의 음악에 대해 백과사전처럼 풍부한 음악 지식을 갖고 있고, 음악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다시 조립해서 사중주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도 굉장한 호기심과 능력을 보여주는 연주자”라고 칭찬했다.

음악을 함께 만들어가는데 있어서도 용재 오닐은 타카치 콰르텟의 ‘자극제’ 역할을 한다. 페어는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해석과 해결책은 지난 45년 동안 우리가 해왔던 방식과는 또 다르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환영하며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타카치 콰르텟은 오랜 시간 현악사중주단으로의 정도를 걸으면서도 늘 혁신적인 시도에 주저함이 없었다.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에서 영감을 받은 연주회에선 배우 메릴 스트리프의 낭독을 삽입했고, 반도네온 연주의 권위자 줄리앙 라브로, 헝가리 집시 음악 연주단 무자카쉬 등과도 협연했다.

페어는 “이런 작업은 이미 알고 있는 곡이든 새롭게 접하는 곡이든, 다른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또다시 배우게 해주는 멋진 과정”이라며 “그렇게 받은 아이디어는 특정 작품에만 쓰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인용하게 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했다.

가장 짧은 시간 멤버로 함께하고 있지만, 흠모하는 마음으로 곁에서 바라본 용재 오닐은 “타카치 콰르텟은 언제나 음악적 진실을 추구해 왔고, 각 멤버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점이 특별한 단체”라고 말한다.

안드라스 페어에게 타카치 콰르텟은 인생의 3분의 2를 함께 해온 정신적 고향이다. 그는 “훌륭한 연주자들과 함께 위대한 작곡가들의 놀라운 작품을 연주하면서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라며 “삶의 만족감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앞으로 타카치 콰르텟의 여정은 ‘성실한 열정’으로 걸어온 지난 50년과 다르지 않다. 작곡가 클라리스 아사드에게 위촉한 현악사중주곡을 비롯해 난민 문제를 주제로 한 작곡가 캐시 밀리컨의 신작을 연주하고, 비올리스트 티모시 리다우트와 모차르트의 비올라 5중주 두 곡을 녹음할 계획이다.

페어는 “앞으로도 각 작품의 음악적, 역사적 배경에 관해 더 많이 연구하고 공부할 계획이다. 그래야 해석이 작곡가의 의도에 더 가까워지고 우리의 연주도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며 “우리가 음악에 진심을 다한다는 걸 관객이 느끼는 순간, 우리도 만족을 느끼고 그 진정성이 전해진다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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