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매각 카드 만지작: 日 재무장관 '의도한 오락가락'
미국 전통적 우방 일본 재무장관
“미 국채 매각, 관세 협상 카드”
4일 “협상 카드 아니야” 말 바꿔
변명·사과 없어 의도한 발언인 듯
일본 보유 미 국채 1조 달러 넘어
대량 매도하면 美 경기침체 효과
‘관세 유예’ 끝나면 매도 가능성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08/thescoop1/20250508104858080nhdu.jpg)
# 더스쿠프는 '트럼프호號 탈출은 재산순? 머스크의 사퇴와 워런 버핏의 은퇴(5월 7일자)'에서 미국 경제계 주요 인사들의 최근 행보를 알아봤다. 포브스 기준 세계 부자 1위 일론 머스크는 4월 30일 사임했고, 7위 워런 버핏은 5월 4일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 특히 버핏은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마지막으로 진행한 주총에서 미국의 재정적자, 달러 가치, 관세로 약화하는 세계 무역 관련 우려를 강하게 전달했다. 미국 내 인사가 공교롭게도 재산이 많은 순서로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를 뒀다면, 이번에는 미국의 전통 우방인 일본의 트럼프호號 탈출 움직임을 살펴본다.
트럼프호號에서 탈출을 고민하는 미국의 대표적 우방은 일본이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일본이 미국 주도 체제에서 벗어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단 한번도 미국을 거스른 적이 없다.
하지만 일본이라고 해서 자산의 재조정 등을 명분으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일본으로선 1985년 플라자 협정에서 미국의 압박으로 엔화가치를 절상시켜 거품경제 붕괴를 재촉한 굴욕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처음으로 미국 국채의 무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오전 TV도쿄에 출연해 "(미국 국채는) 미국을 지원하려고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여차하면 (환율에) 개입하기 위해서 유동성을 생각하며 운용하고 있다"며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관세 협상 카드가 되는 것은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를 쓸지 말지는 또 다른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가토 재무장관은 이틀 후인 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채 매각을 미일 관세 협상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착오라는 변명도, 사과도 없었다. 가토 재무장관이 특별한 입장도 없이 말을 바꿨다면, 이 또한 협상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을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인이라면 모두 아는 속담 중에 "거짓말도 방편이다"란 말이 있다. 거짓말도 때론 필요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17세기 에도시대에 일본 전통놀이인 '이로하 카루타'에 쓰여있던 말이다. 이로하 카루타는 50장으로 구성된 카드인데 한면에는 속담을, 다른 면에는 그림을 넣는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08/thescoop1/20250508104859747ajlr.jpg)
가토 재무장관과 직접 관세 협상을 펼쳤던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은 6일 하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이르면 5월 둘째주 우리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 중 일부와 관세 협상이 체결될 것"이라는 말만 남겼다. 베선트의 침묵은 오히려 일본의 이번 '미 국채 매각'이란 돌출 행동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역설적으로 잘 보여준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미국 경제가 크게 흔들린다. 미국이 외국 투자자들에 국채 발행으로 빚진 액수가 약 8조5000억 달러 규모인데,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무려 1조1300억 달러에 달한다.
국채는 발행 이후에 매매가 가능한데, 만약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내다 팔면, 공급 폭증으로 국채 가격은 하락한다. 국채는 만기일과 표면금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거래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은 상승한다. 그런데 시중금리는 대체로 10년물 국채 금리와 궤를 같이한다.
그래서 일본이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 미국의 시중금리가 폭등한다. 시중금리가 폭등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중앙은행은 경기가 과열(물가 상승)됐다고 판단하면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려서 사실상 인위적인 경기침체를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미 국채 대량 매도는 미국의 경기침체를 뜻한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장관이 미국 국채 매각도 관세 협상 카드인지를 놓고 엇갈린 발언을 내놨다. [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08/thescoop1/20250508104901515anxp.jpg)
이번 관세 문제가 있기 전에는 일본의 미국 국채 대량 보유가 양국에 이로운 일이었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국채에 투자해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외환보유고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도 일본이 국채를 대량으로 사가면서 낮은 금리로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현재 유예 중인 전세계 대상 고율 관세를 현실화한다면, 세상은 '트럼프 관세'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 일본 속담에는 "거짓말도 방편"이라는 말만 있지 않다. "거짓말도 잘만 하면 논 다섯 마지기보다 낫다"는 속담도, "거짓말을 백번 말하면 진실이 된다"는 속담도 있다. 일본이 '트럼프 이후의 세계'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는 우방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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