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권리 보호’ 상법 개정 필수…“새 정부 반드시 개정해야”

고현승 2025. 5. 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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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승의 중국통신] 오너가 아니라 전체 주주를 섬길 때 자본시장 성장
중국이 무서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 바로 옆 이웃인 중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의소리>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글로벌 리더이자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바로 알기 위해, 중국 경제전문가인 고현승 박사가 쓰는 '고현승의 중국통신'을 다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상법개정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의결된 상법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탄핵으로 마무리된 윤석열 정권에서 그나마 진지한 정책논의가 있었던 법률안이다. 자본주의의 근간인 주주의 이익 보호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다뤘던 입법이었다.

민법은 권리주체로 자연인과 법인을 정하고 있다. 법인이란 법적으로 인격을 부여받은 조직체를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회사이다. 주주는 회사에 자본금을 납입하고 대가로 배당을 받는다. 대신 출자한 금액만큼만 책임을 진다. 이사가 주주를 대신하여 회사경영을 한다. 이사는 회사를 성실하게 경영할 선관주의의 의무와 회사이익에 반하지 않을 충실의 의무를 부담한다. 

이번 상법개정의 핵심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이다. 딱 '주주' 두 글자를 충실의무의 대상에 추가했다. 이사에게 회사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도 보호하라는 의무를 부담시킨 것이다. 이사가 회사의 주인인 주주에게 충실의무를 다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것 같은데 이 두 글자가 뭐라고 거부권을 행사했을까? 

한덕수 전 권한대행은 "상법개정안의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등 기업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사의 법적 책임을 과중하게 하면 경영위축이 우려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과 재계도 이사에 대한 소송남발 등을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했다. 그 외 해외투기자본이나 행동주의 펀드가 이를 악용하여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대안으로 상법 대신 약 2600여개의 상장사를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자고 했다. 나름 일리있는 주장이다. 모든 회사를 대상으로 하면 그만큼 부작용과 집행비용이 따른다. 반면 상장사는 사회에 공개된 기업인만큼 소수 주주 보호에 대한 책임이 크고 자본시장거래 질서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으로 시작하여 단계별로 적용범위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12월 초, 금융위원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한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회사의 합병, 분할, 주식의 포괄적 이전이나 교환의 경우, 이사회가 주주를 보호하는 노력을 하도록 했다. 또한 정부는 주주보호 노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경영진 행동규범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기업합병에 대해 정부가 제시하는 합병가액산정기준을 폐지하고 시장가치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었던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공개주식의 20%를 우선 배정하는 조항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학계에서도 소수의견이지만 법체계의 문제점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냈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주주총회가 이사를 선임하면 이사는 회사와 위임관계가 되어 회사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반면, 주주와 이사는 직접적인 권리의무관계가 없다. 계약관계가 없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과중한 책임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주주 보호를 위한 조항이 필요하다면 일반법인 상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자본시장법에서 합병, 분할 등 일정한 범위를 정하여 규율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외입법사례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유난을 떤다는 의미이다.

개정반대론자들이 대표적으로 드는 부작용으로, 만약 이사가 회사의 이익금을 모두 신규투자를 위해 사내유보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 배당을 주장하는 일부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회사의 미래투자와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간의 이해충돌에 대해 책임을 이사에게 묻는다면 기업경영이 위축될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면서도 소수 주주 보호라는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상법개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이다. 이들이 상법개정에 주목하는 것은 상법이 우리 기업들을 모두 규율하는 일반법이기 때문이다. 주주보호라는 원칙을 상법에서 명확하게 하고 구체적인 적용대상은 자본시장법 등에서 보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법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자본시장에서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공정한 거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들이 대주주의 영향력에 휘둘려 전체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것도 주주에 대한 충실의 의무가 너무도 당연한 법 상식이고 판례에 녹아 있어 별도 규정이 필요없기 때문이라고 개정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1995년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60억언을 증여받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에 매입하고 대주주가 되었다.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는 세법상 평가액 주당 12만7750원짜리 전환사채를 이재용 회장에게 7700원에 발행했다. 오너승계작전으로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이다. 더욱이 국민연금도 잠재적인 손실을 봤다. 

LG화학은 핵심 베터리사업부를 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 분할하고 바로 상장했다. LG화학 주가가 하락해 소수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그 외 두산밥켓,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글로비스에 일감몰아주기, 최근 한화 오너가의 승계를 위한 유상증자 등은 상법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사는 회사의 이익에 현격한 손해가 없는 경우, 지배주주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경향이 있다. 이사에게 전체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동기와 책임을 부여하자는 것이 상법개정의 배경이다. 지배주주의 거버넌스 리스크가 우리 자본시장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가가 회사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받는 주요 원인이다. 

일반법인 상법에 모든 기업의 이사가 주주에 충실의무가 진다는 근거조항을 만들어 책임의식을 배양해야 퇴행적인 지배주주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개정론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겉으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지만, 사실상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오너의 그룹지배와 승계는 대부분 비상장사를 통해 주요 상장사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비상장사의 의사결정과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불투명하여 꼼수를 쓸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상장사는 공시 등 감독규정이 많아 소수주주의 권익침해는 오히려 적다. 

이러한 이유로 비상장사도 충실의무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 상법개정없이 자본시장법만 개정하면 또 다른 우회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상법개정과 동시에 자본시장법에서 충실의무의 적용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부작용의 예로 든 배당의 경우, 회사와 주주사이에 이익충돌이 발생하면 이사는 합리적인 근거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게다가 신규 투자 즉,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이익을 유보하는 것은 충실의무가 아니라 선관주의의무에 속한다. 이번 상법개정과는 결이 다른 얘기이다. 괜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상법에도 이사의 충실의무가 있을까? 중국은 우리와 달리 상법전이 없다. 회사법으로 주요 상행위를 규율한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이사를 동사라고 부른다. 동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조항은 없으나 소수 주주 보호에 대한 규정은 꽤 촘촘하다. 중국 회사법은 동사뿐만 아니라 감사, 고급관리자의 권한도 회사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주주는 주주대표 소송을 통해 직접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유한책임회사의 주주 혹은 180일 이상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식회사의 주주는 동사, 감사, 고급관리자의 경영행위가 법규 혹은 정관을 위반하는 경우, 감사위원회 혹은 동사회에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감사위원회 혹은 동사회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자기 명의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2023년 개정회사법에서 소수주주의 권익보호를 대폭 강화했다. 지분율 100% 자회사의 동사, 감사, 고급관리자를 대상으로 다중주주대표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외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모든 주주에 동일한 감자비율 적용,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했다. 회사는 자기주식이나 모회사의 주식취득을 위해, 타인에게 담보, 증여, 대여 등 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 단, 정관 혹은 주주총회가 위임한 범위 내에서 동사회가 승인하면 지원할 수 있다. 우리사주, 스톡옵션 등은 제외한다. 

한국상법도 주주대표 소송제도를 통해 소수주주가 이사 등 경영진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도도 도입했다.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추궁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대표소송의 주된 사유는 이사의 법령위반, 임무해태, 불법행위 등이다. 

중국은 회사의 지배주주, 실지배인이 회사의 동사가 아니더라도 회사경영을 집행하는 경우, 충실의 의무규정을 적용한다. 특수관계자 및 이사의 자기거래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동사, 감사, 고급관리자가 직간접적으로 회사와 체결한 계약 혹은 거래사항은 동사회 혹은 주주총회에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그 외 특수관계자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기업과의 거래도 승인받아야 한다.

겸업금지 조항도 회사법에 명시되어 있다. 동사, 감사, 고급관리자는 직무의 편이를 이용해 자기 혹은 타인을 위해 회사의 사업기회를 탈취해서는 안된다. 단, 주주총회가 승인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동사회 혹은 주주총회의 승인없이 자영 혹은 타인이 경영하는 회사를 통해 동일 영업부류에 속하는 업무를 할 수 없다. 업무와 관련된 동사는 동사회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 

우리와 달리 중국의 회사 대부분은 유한책임회사이다. 유한책임회사의 주주는 50인 이하로 주식회사에 비해 주주의 수가 적고 경영이 폐쇄적이다. 즉 대주주 혹은 우호지분이 대부분이라 소수주주의 권익침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반면 한국회사 형태는 대부분 주식회사로 대주주와 소수주주간의 이익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대주주가 비상장사를 이용하여 승계작업 혹은 이익을 독점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법에서 충실의무 확대가 추진된 것이다. 그리고 중국기업의 주력은 자수성가한 젊은 기업가들이라 아직 승계에 대한 고려가 많지 않다는 점도 다르다.

회사의 본질상,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위임관계이고 대리관계를 보충으로 한다. 이사는 회사의 이익추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주주는 회사의 경영성과로부터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는다. 회사가 주주로부터 독립된 법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이사는 경영의 성과를 주주에게 공정하게 나누어야 한다. 지배주주의 이익에 복무하지 않음으로써 회사의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 반대로 회사와 주주는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이사를 감독해야 한다. 

주주가 회사를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맘 놓고 투자를 할 수 있다. 회사는 주주의 신뢰가 있어야 쉽게 자금을 조달하여 기술개발, 미래산업투자 등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기업의 이사들은 소수주주가 아닌 오너일가를 위해 일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오너일가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를 섬길 때, 회사 벨류업은 물론 자본시장이 발전할 것이다. 

회사는 자본주의의 엔진이다. 투자는 연료이다.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의 발전은 멈춰선다. 그만큼 투자자의 권익보호가 중요하다. 꼭 좋은 경영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미국기업들은 자기주식 인수 및 소각을 통해 주가를 올리고 주주의 소득을 보전하는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한다. 반면 우리는 주주배당에도 인색한 편이다.

많은 전문가, 국회의원들이 충실의무를 확대하면 오너리스크에서 벗어나 코스피가 3000, 5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법개정만으로 당장 기업의 벨류업과 주가상승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상법에 명시적으로 '이사는 회사와 주주를 모시는 충복입니다. 더 이상 대주주가 회사를 지배하고 꼼수로 장난하지 않습니다'라는 점을 선언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의 핵심은 투명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가능한 가격결정시스템이다. 그래야 한 나라의 자산 가격이 신뢰성있고 매력적이게 된다. 자본시장이 신뢰를 잃으면 탐욕의 전장이 되어버린다. 탐욕은 제도로 억제해야 한다. 

이사가 회사와 전체 주주를 위해 복무하지 않는 이상 그 나라의 자본시장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서학개미군단만 양성할 뿐이다. 이제 대학생이 된 큰 아이의 첫 투자처가 S&P500 지수가 아니라 삼성전자 우선주였으면 좋겠다.

# 고현승
고현승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행정학과)를 졸업, 중국복단대학교 법학원에서 석사(민상법), 화동정법대학교에서 박사학위(경제법)를 땄다.

2009년부터 대광경영자문차이나(삼화회계법인 중국지사) 대표를 맡아, 중국기업의 한국증시 상장과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설계 및 법무 컨설팅,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설계 및 법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