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인정보 털어 검찰에 통째로 넘겨…감사원의 ‘공포 통치’
ㄱ 감사관은 2022년 인천의 스카이72 감사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내부 감찰과 검찰 조사를 받고 지난해 12월 해임됐다. 그는 검찰로부터 무혐의를 받았지만, 감사원 감찰은 그때부터 오히려 강도가 높아졌다. 감사원은 ㄱ 감사관의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검찰에 제공했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기록이 ㄱ 감사관의 감찰과 징계에 활용되도록 협조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불문’ 처리를 지시한 스카이72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 시작이었다. 감사원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나가자 최 원장은 유출자를 찾아내라며 내부 감찰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ㄱ 감사관도 감찰 조사를 받았다.
당사자 동의·참여 없이 포렌식
문제는 감찰 방식이었다. 2022년 9월 감찰 착수 직후 ㄱ 감사관의 전자저장장치에 대해 무리한 포렌식이 진행됐다. 감사원 감찰관은 ㄱ 감사관의 업무용 컴퓨터와 노트북, 외장하드디스크,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봉인한 뒤 가져가 ㄱ 감사관과 담당 과장이 지켜보지 않는 상태에서 대용량 저장매체에 복사했다. “정보저장매체 처리 전 과정에 (피감찰자의) 참여권을 보장한다”는 감사원의 ‘디지털 자료 수집 및 관리 세부 지침’을 어긴 것이다. 이 규정은 전자정보의 추출이 완료되면 상세 전자정보 목록을 압수품 사용자에게 주고, 목록에 없는 내용은 삭제하도록 했지만 ㄱ 감사관은 목록 자체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 자료들은 감사원의 ‘수사자료 제공’ 결정에 따라 인천지검청에 통째로 넘어갔다. ㄱ 감사관은 이 사실을 2023년 5월 인천지검 수사관으로부터 감사원 감찰담당관실에서 제공받은 물품의 포렌식 참관을 요구받은 뒤에야 알게 됐다. 거기엔 ㄱ 감사관의 대학원 수강 과목, 기말 과제, 자기소개서 같은 각종 사생활 자료들이 포함돼 있었다.
감사원은 7일 “당시 담당 과장의 동의를 받아 포렌식을 진행했고, 자료 또한 선별해 취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 지침을 보면, 피감사자의 상급자 동의를 받더라도 본인 또는 관리자 참석하에 디지털 자료를 선별해 이미징(파일 복사)하는 방법으로 제출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검찰이 취득한 ㄱ 감사관의 자료를 봐도 일기, 진단서와 같은 사생활 자료가 포함돼 있어 선별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 피의자조서 통째로 베껴 오기도
ㄱ 감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하던 검찰은 결국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ㄱ 감사관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검찰에 요청하며 ㄱ 감사관에 대한 2차 감찰에 착수했다. 인천지검은 수사기록에 대해 복사 대신 현장 열람만 허용했지만, 감사원은 기록 전체를 손으로 베껴 적어 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담당 검사가 허용해 필사를 했고, 이를 감찰에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사원은 검찰이 수사 중 확보한 통신 비밀을 취득할 수 없다. 취득하더라도 통신 비밀을 제외한 감찰과 관련된 한정된 정보만을 활용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개인 동의 없이 통신 비밀을 사용할 수 있다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과, 타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20조를 근거로 이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감사원이 언급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은 감사 업무의 범위를 정한 일반법일 뿐, 수사기관이 확보한 개인정보나 수사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감사원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수사기관은 감사원이 필요로 하는 피의자 자료를 제공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뜻이 된다.
2년 넘게 수사·감찰 시달리다 해임
2년 넘게 검찰 수사와 내부 감찰을 받은 ㄱ 감사관은 결국 2024년 12월 해임됐다. ㄱ 감사관은 현재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구제 절차를 밟고 있다. 감사원 안에선 당시 사건의 실무 책임자도, 최종 결재권자도 아니었던 ㄱ 감사관이 해임된 것은 ‘최재해·유병호 라인’에 속하지 않은 7급 공채 출신이라는 점에서, 징계 타깃으로 삼기 쉬웠기 때문이란 시각이 팽배해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찰과 징계로 감사원을 떠난 직원은 ㄱ 감사관만이 아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감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징계는 한해 평균 3.8회에 그쳤지만, 윤석열 정부가 본격화된 2023년에는 7건, 지난해에는 9건을 기록했다. 특히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단 1건에 그쳤던 해임 처분은 지난해에만 4명을 기록했다. 모두 5급 이상이었다. 직위해제는 2015~2022년 평균 1.1건이던 것이 2023년 3건, 2024년에는 5건을 기록했다.
지금도 이어지는 감찰과 직무배제
감찰과 직무배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저 의혹 재감사를 맡았던 ㄴ 전 국장은 경기 파주시 감사교육원 교수직으로 발령 난 데 이어 감찰까지 받고 있다. 조은석 전 감사위원이 감사원장 직무대행을 할 당시 대통령실 감사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따랐다는 게 감찰 사유다. 감사원 안에선 지금처럼 ‘보복 감찰’이 진행된다면 조직 발전을 위한 생산적 논의가 절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란 푸념이 나온다. 한 감사원 직원은 “감찰관실이 보복을 설계하고, 인사과가 실행한다는 말까지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장경태 의원은 “감사원이 지난 3년간 정치·표적·짬짜미 감사로 정권에 충성하는 동안 내부는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공포 정치가 판치게 됐다. 해체에 준하는 감사원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
한겨레는 감사원과 관련한 다양한 사건들을 집중 취재하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지휘부의 무리한 감찰, 인사상 불이익, 업무나 감사 과정에서의 부당한 압력 등과 관련된 경험이나 정보를 가지고 계시다면 제보(newiron@hani.co.kr) 부탁드립니다. 내부 제보자의 경우 신분이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익명과 비밀을 유지하여 처리됩니다. 안심하고 연락 주시면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김문수 “무소속 유령 한덕수와 단일화가 민주주의냐”…지도부 맹폭
- ‘과거 동지’ 유시민 “김문수 그 형님 백스텝 모르는 사람”
- 이주호, ‘윤석열 검언유착 수사방해’ 증언한 검사장 징계 재가
- “윤석열, 경호원 붙이고 한강 ‘개 산책’…마지막 소풍 잘 즐기셔라”
- [속보] 공수처, 이틀 연속 대통령실 압수수색…‘VIP 격노설’ 조준
- 이재명 “기초연금 부부 감액 단계적으로 줄이겠다”
- [단독] 검찰, 건진법사 ‘관봉 5천만원’ 돈다발 출처 규명 허탕
- 박지원 “김문수 보통 독종 아냐…한덕수는 저 치열함 못 견뎌”
- 김문수-국힘의 ‘당무우선권’ 충돌…대선 후보, 법원이 결정할 수도
- “대법, 이재명 재판은 초고속이고 강제동원 피해자 재판은 수년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