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기왕이냐 이왕이냐, 아니면 도긴개긴이냐
'온라인가나다'는 시민들이 어문 규범, 어법, 표준국어대사전 내용 등에 대해 문의하는 곳(아래 참고 목록 1번)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휴일을 제외하고 다음 날까지 완료되며 상황에 따라 조금 늦어질 수도 있다고 국립국어원은 안내합니다.
어제 이곳에 기왕(旣往)과 이왕(已往)이 비슷한 말이냐 아니냐는 취지의 물음이 올라왔습니다. 언젠가 한번쯤은 그 선택에 갈등했을 법한 두 낱말입니다. 사전을 뒤적거려 먼저 답을 구해보았습니다. 국립국어원이 '기왕에(이왕에)' 한 답도 참고했습니다.
결론은 둘이 비슷한 말, 즉 유사어라는 것입니다. 기왕은 '이미 지나간 이전'이라는 뜻의 명사, '이미 그렇게 된 바에'라는 의미의 부사로 각각 쓰입니다. 기왕지사(旣往之事.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의 기왕은 명사로 쓰인 예입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이 자리에서 흉금을 모두 털어놓는 게 좋겠군. ≪윤흥길, 제식 훈련 변천 약사≫]에서 기왕은 부사(동사나 형용사, 다른 부사 앞에서 그 뜻을 한정하는 말)로 쓰인 거고요. 부사로 쓸 땐 '기왕에' 하여 '에'를 붙이기도 합니다.

사전에 따르면 이왕도 기왕과 뜻이 거의 같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첫째 뜻으로 명사 '지금보다 이전'을, 둘째 뜻으로 부사 '이미 정하여진 사실로서 그렇게 된 바에'를 각각 올려뒀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부사 '이미 정해진 사실로서 어쩔 수 없게 된 바에'(부사) 다음에 '지금보다 이전'(명사)이라는 풀이를 올려, 부사로 쓰이는 것에 더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왕의 일'(명사. 한자로 쓴다면 이왕지사), '이왕 시작한 바엔 끝을 봐야겠다'(부사) 같은 예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왕을 쓴 속담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왕이면 창덕궁]입니다. '이왕 택할 바에는 나은 쪽을 택한다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다른 궁궐보다 창덕궁이 나았기 때문에 생긴 말로 추정됩니다. 기왕이 사용된 속담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기왕이면 다홍치마 또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들을 합니다. 이 말은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과 다를 바 없습니다. 사전은 '같은 값이면 좋은 물건을 가짐을 이르는 말'이라고 의미를 보태고 있네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값은 둘째 치고 물건들이 애초 시원찮으면 뭐라고 하는 게 적절할까요? 그렇습니다. '도긴개긴'(발음도 /도긴개긴/, 비규범어로는 도찐개찐)이라고 합니다. 윷놀이에서 도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바로 그 말 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온라인가나다 - https://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List.do?mn_id=216
2. KBS월드 한국어배우기 동가홍상(同價紅裳) 2009-10-19 - https://world.kbs.co.kr/service/contents_view.htm?lang=k&menu_cate=learnkorean&id=&board_seq=229082&page=241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4.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5. 두산동아 사전편찬실, 『동아 새국어사전』, 두산동아,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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