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은둔형'이란 기자들이 만든 말일 뿐"

MBTI를 이야기하면서도 언급했지만, 인간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것들을 어떻게든 구체적인 이해의 영역으로 포섭하려는 욕망의 지배를 받는다. 무심한 바위에서 용이나 코끼리의 형상을 찾고, 거기다 이야기를 얹어 인과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것도 그런 예일 것이다. 하지만 대상이 사람일 경우, 예컨대 어떤 ‘괴짜’나 ‘또라이’에겐 의도와 별개로 그 자체로 폭력-상처가 될 수 있다.
‘중력의 무지개’의 작가 토머스 핀천(1937.5.8~)은 자신을 가리켜 ‘은둔형 작가’라고 칭하는 언론 등의 관행을 대놓고 비난한 적이 있다. “은둔자란 건 기자들이 허락 없이 내 사진을 찍고는 어쩔 수 없이 지워야 할 때, 또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을 때 붙이는 수식어일 뿐이다.”
핀천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와 ‘앵무새 죽이기’의 하퍼 리 등과 더불어 공개 행사나 언론 인터뷰 등을 거부해온, 생존 작가로선 가장 유명한 ‘은둔형 작가’다. 그는 대학시절 학내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첫 데뷔작인 1962년의 첫 장편 ‘ 브이’ 이래 단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다. 73년 ‘중력의 무지개’로 이듬해 받은 전미도서상 시상식에는 그가 아니라 무명 코미디언이 등장했다. 핀천의 것으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진은 그의 군복무시절 사진 등 단 네 장뿐이다.
하지만 그는 영화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이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2014년 영화 ‘Inherent Vice’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물론 누가 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들이 광팬이라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도 종이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휴대폰에 대고 거칠게 고함치는 캐릭터로 출연한 적이 있다. 그는 작가로서 대중 앞에 나서기 싫은 것일 뿐, 누구보다 열심히 뉴욕 맨해튼의 일상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Bleeding Edge(2013)’ 이후 12년 만에 그의 10번째 책 ‘Shadow Ticket’이 오는 10월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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