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백기' 이끈 중도층 분노에 지지층 결집... 민주당의 강공 먹혔다
이재명 "사법살인" 직접 강공모드 전면에
"대법 판결 잘못" 중도층 민심에 정면돌파
당원 가입, 유튜브 구독자 급증, 지지층 결집
강공모드 지속에 당 일각 우려도 "자제해야"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탄핵까지 밀어붙이던 더불어민주당의 '강공'이 일단은 먹혀들었다. 서울고법은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파기 환송심 재판을 대선 이후로 전격 연기했다. 후보직 박탈 위기라는 벼랑 끝에 섰던 민주당은 한숨을 돌리며 "당연한 결정"이라며 반색했다. 이 후보 측은 대장동과 위증교사 재판 등 대선 전 걸려 있던 재판도 미뤄달라 요청했고, 법원은 속속 수용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를 위한 방탄 입법 추진에 '사법 불복' 역풍 우려도 있었지만, "사법부의 참정권 침해 쿠데타"라는 민심의 분노를 등에 업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대법원의 유죄 취지 선고를 두고 정치 판결이란 비판적 시각이 높았던 점이 강공모드의 든든한 뒷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도층의 분노, 이재명 대세론 힘 싣기
이 후보는 전날 민생 현장 행보를 돌며 대법원 판결을 '사법살인'에 빗대며 "대한민국 거대 기득권과 싸우고 있다"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법부가 정치 탄압 전면에 나섰다는 프레임으로 여론전을 편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과 일련의 방탄 입법 등 여의도의 강공모드에 대해 "당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던 것과 달리, 본인이 사법 카르텔과의 전면전에 등판한 것이다. 이 후보가 직접 자신있게 나선 배경에는 대법원 판결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의 분노가 컸다.
실제 1일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은 이 후보의 손을 확실히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과반 이상이 잘못됐다고 응답했고,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사법리스크가 극대화됐음에도 이재명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3, 4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대법의 이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결정이 ‘잘된 판결’이라는 응답은 46%로, ‘잘못된 판결’(42%) 응답과 오차범위 내(±3.1%포인트)에서 팽팽했다. 하지만 이는 보수층 79%가 ‘잘된 판결’이라고 응답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중도층만 놓고 보면 잘못된 판결이라는 응답이 50%로 잘된 판결(38%)보다 훨씬 많았다.
중도층은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4, 5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도층에서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응답이 50%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응답(41%)보다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에서는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46%), 멈춰야 한다(44%)는 응답이 비슷했던 것과 분명한 차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사법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의심으로 바뀐 것"이라며 "짧은 기간에 대법원이 '로그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서명에 100만 명이 동참한 것만 봐도 국민적 분노를 알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국민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사법부가 국민의 투표권을 제약하는 게 온당하냐를 두고 중도층이 납득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지지층의 역결집 불러온 사법리스크
지지층의 역결집도 민주당의 강공모드에 모터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후보 지위 박탈 우려에 민주당은 지지층을 안심시키는 게 필요했고, 지지층도 화답했다. 실제 대법원 선고 이후 민주당 당원 가입자 수 증가세는 선고 이전 5배를 웃돌 만큼 뚜렷해졌다고 한다. 특히 ‘험지’로 여겨지던 경북 지역에서도 하루 평균 당원 가입자 수가 선고 이전의 10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수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은 “관망만 하던 사람들이 ‘이건 진짜 아닌데’ 하면서 입당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후보의 유튜브 구독자 수도 대법 판결이 있던 지난 1일 127만 명에서 7일 기준 135만 명까지 늘었다. 4월 한 달간 가입자 수 증가 폭(6만 명)보다 더 크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대법의 기습적인 판결로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면서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 후보가 ‘기득권과 싸우는 중’이라는 인식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위기도 생겼다”고 전했다.

재판 변수는 줄었지만… 청문회·입법 지속
이날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 연기 결정으로 대선 전까지 이 후보 재판 관련 변수는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민주당은 만에 하나 상황을 대비해 조희대 청문회와 방탄 입법 조치를 계속 밀어붙이겠단 심산이다. 다만 이를 두고 "대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여론과 탄핵 등 사법부 독립 침해는 또 다른 트랙"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후보가 약자 프레임에 처했을 때는 동정표를 살 수 있지만, 강자의 모습으로 내달리면 여론은 또 달리 반응할 수 있단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제는 다시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사에 인용된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3, 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7.8%, 오차 범위는 ±3.1%포인트다.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는 지난 4, 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6.9%, 오차 범위는 ±3.1%포인트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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