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한덕수의 "나나나"  [메아리]

최문선 2025. 5. 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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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자아, 즉 나에 대한 나의 인식은 유동적이며 자의적이다.

'자아는 뇌에 선별 저장한 기억을 나 중심으로 편집한 버전의 서사'라는 것이 미국 뇌신경학자 그레고리 번스의 책 '나라는 착각'의 요지다.

'내가 보는 나'와 '세상이 보는 나' 사이의 간극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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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韓 "버티면 대통령은 난가?"
李 "사법시스템 중심은 난가?"
국민·대의보다 '나' 앞세워서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한덕수 국무총리.

자아, 즉 나에 대한 나의 인식은 유동적이며 자의적이다. '자아는 뇌에 선별 저장한 기억을 나 중심으로 편집한 버전의 서사'라는 것이 미국 뇌신경학자 그레고리 번스의 책 ‘나라는 착각’의 요지다. ‘내가 보는 나’와 ‘세상이 보는 나’ 사이의 간극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자기객관화와 자기성찰 능력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고대 그리스 신전에 새겨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난가?” 이번 대선의 최고 유행어다. "우연한 상황 변화와 주변의 부추김으로 돌연 야망이 발현됐는데, 그 야망이 ‘와!’보다는 ‘엥?’이란 반응을 일으키는 상태"라고 풀어 쓸 수 있겠다. 지난 연말까지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거론되긴커녕 당원도 아니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계엄·탄핵 소용돌이를 타고 갑자기 보수 정권 재창출의 주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난가?”와 “난가?”의 충돌에 끼어버렸다. “이대로 버티면 대통령은 난가?”(김 후보)와 “기다리면 난가?”(한 전 총리). 30년 경력의 직업정치인으로 대선·총선·광역단체장 선거에 10번 가까이 도전하고 권력 앞에서 숱하게 옷을 갈아입은 김 후보의 권력의지를 얕잡아 본 탓이다. 당헌당규에 따라 선출한 대선 후보에게 “너 아니야”라고 대놓고 말하지도 못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처지다. 보수 후보단일화는 시작도 전에 효과가 불투명해졌다.

한 전 총리의 변신은 그를 좀 안다고 믿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난가?”는 정치에 발을 들인 지 엿새 만에 “나 아니면 국민 배신”으로 점프했다. “개헌도, 통상 문제 해결도 나”라는 자신감은 넘치지만, “왜 난가”는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말은 세졌지만 몸은 사린다. 국민의힘 밖에서 기다리기만 한다. 자기희생 없는 “나야, 나”는 반향이 클 수 없다. 비워야 채워지고 버릴수록 커지는 게 정치권력의 생리이지만, 그에겐 비우고 버릴 것도 없다는 게 문제다.

“난가?” 경쟁에 등장한 의외의 주인공, 대법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조희대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전례없이 빠르게 판결한 것이 대선 개입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 정할 사람, 난가?”라고 대법관들이 착각한다고 해석될 여지를 줬다. 의도가 순수했다 해도, 결과적으로 사법부 공정성에 상처가 났다. 선거 국면에서 “난가?”는 오직 정치의 몫이어야 한다. 사법부는 얼씬도 해선 안 된다.

“대통령, 난가?” 레벨은 진작에 졸업한 이재명 후보는 요즘 위험한 다른 레벨에 진입했다. “사법시스템의 중심, 난가?” 민주당은 이 후보 대권 가도에 끼어드는 모든 사법절차를 위헌·위법이라고 규정하고 다수당 힘으로 사법시스템을 직접 뜯어 고치겠다고 벼른다. 선거는 후보가 ‘나’여야 함을 입증하고 설득하는 과정이어야지, 힘으로 승산을 키우려 하는 건 민주적이라 할 수 없다. 중도 표심이 이 후보에게 확 쏠리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난 느껴, 왜 내겐 꼭 너여야 하는지…” 록밴드 넥스트의 노래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의 가사다.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여전히 힘겨워하는 유권자들을 위하여, 대선주자들이 "난가?" 하는 자문자답을 멈추고 "꿈꾸는 것이 어떤 나라인가? 되고자 하는 것이 어떤 대통령인가? 그래서 준비한 것이 어떤 비전인가?"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결단하고 책임질 일 앞에서 비로소 “난가?”를 다시 떠올리기 바란다.

최문선 논설위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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