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보다 못하다는 대한민국 정치 [아침을 열며]

2025. 5.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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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가정보다 정치의 시기
한국 민주주의, 확연한 퇴보 상황
정치권·유권자 모두 정신차려야
전직 대통령의 탄핵 결정으로 조기로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가 35일 앞으로 다가온 4월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 외벽에 이번 대선 투표일과 사전 투표일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게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때로는 남의 평가가 더 정확하다. 우리 정치가 혼돈의 상황에 있는 동안, 세계 유수 기관들이 한국 민주주의를 평가한 보고서가 잇달아 공개되었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는 3월 '민주주의 보고서 2025'를 발표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세계 41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탈락해서 '선거민주주의' 국가로 강등됐고,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과 더불어 '독재화'되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2월에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 167개국 중 32위로 전년 대비 10단계 하락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됐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도 2월 '2025 세계자유지수'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우리나라는 1년 전보다 2점이 하락하여 전 세계 국가 중 66위를 기록했다.

세계가 한목소리로 우리나라 정치의 퇴보를 경고하고 있는 지금, 27일 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은 우리 민주주의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선거가 될 것이다. 어떤 지도자를 뽑을 것인지가 그 어느 선거보다도 중요한 이때에, 경선 토론회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바퀴벌레로 태어날 것인지 아니면 자동차 바퀴로 태어날 것인지 고르라"는 질문을 하고, '대행의 대행의 대행체제'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니 독재화되고 있는 나라라는 수치스러운 평가를 받는 것이다.

'삶은 개구리 증후군'은 서서히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에 반응하지 않고 무능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을 은유할 때 사용된다. 개구리가 끓는 물 안에 들어가면 깜짝 놀라 뛰쳐나오지만, 점점 따뜻해지는 뜨거운 물에 있게 되면 위험한 줄 모르고 있다가 죽게 된다. 피와 눈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데 권력 투쟁과 진영 싸움에만 몰두한 정치권이 바로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들이다.

가정의 달 5월은 원래 가족과 따뜻한 봄 날씨를 즐기는 시기이다. 그런데, 이번 5월은 다르다. 대선 후보 간 정치 개혁과 민주주의 회복에 대해 허상에 그치는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개헌을 비롯해서 논의할 수 있는 정치개혁 의제는 차고 넘친다. 선거제도, 정당 및 공천제도, 여론조사, 미디어 환경 등 우리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져온 여러 문제점에 대해 후보들은 립서비스가 아닌 실행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는 남은 한 달 동안 후보의 과거 이력, 말, 행동, 공약 등 모든 것을 철저히 살펴야 한다. 또 냉철하게 비교하며, 누구에게 권력을 위임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순위에서 우리나라 바로 앞 순위에 수리남(40위)과 남아프리카공화국(36위)이 있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 정치 수준이 수리남보다도,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도 못하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 붕괴의 물이 펄펄 끓고 있다. 우리는 끓는 물속에서 뛰쳐나올 수 있을 것인가? 민주주의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정신 바짝 차리고 5월 대선의 계절을 보내야 한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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