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고양이 스님

가끔 산책하러 가는 산길, 절집 외곽에 스님이 돌보는 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다. 고양이는 경계를 잔뜩 하고서 길손인 나를 쳐다보곤 하는데, 요즘은 다가가도 ‘하악질’을 하지 않는다. 인기 드라마의 ‘학씨’처럼 ‘하악질’ 한번 해보지 못할, 만만한 상대란 걸 고양이도 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상상력 사전>에 보니, 이 말이 맞나 틀리나 모르겠지만, “한국에 고양이가 처음 들어온 것은 중국에서 불교가 전래될 때의 일이다. 경전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함께 들여왔다고 한다”. 절에 사는 쥐와 절에 사는 고양이의 전쟁을 상상해보게 된다.
절집 수행승들은 쥐를 노려보는 고양이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궁구하며 공부한다. 때가 되면 그 누구보다 잽싸게 움직이지 평소 어칠비칠 부산하게 움직이고, 무슨 행위를 가져야 ‘있어 보이는’ 다른 집안들과 사뭇 다른 점이요, 귀한 모습이다. 행사가 적은 절집일수록 믿음이 간다. 공부할 시간이 바쁜 것일 테니까.
귀가 조금 먹은 스님에게 나그네가 물었다. “스님~ 고향이 어디신가요?” “우리 고양이 말인가요. 어디 있긴 하던데, 시방 안 보이네요.” 나그네도 말귀가 어두운 사람이었다. 고양이 말인 줄 모르고 고향으로 알아들었다. 스님이 고향을 밝히고 싶지 않으신 것으로 믿고, “이 절이 뭐 고향이신 거죠. 스님이 무슨 따로 고향이 있으시겠습니까. 제가 어리석었네요”. “절에 고양이도 살고 스님도 살고 하는 것이죠. 있다 없다 합니다만 지금 없으면 없는 것이지요.”
이상하게 선불교 선문답 같아. 오늘은 고양이가 나를 ‘쫑쫑’ 배웅을 한다. 다음에는 ‘개냥이’처럼 마중을 나와줄까.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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