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강렬한 파랑…메마른 자연에 다시 생명 스며들다
- ‘루프 랩 부산’ 연계전시회 겸해
- 환경 관심… 나무 등 활용해 작업
하얀 바탕의 전시장에 강렬한 파란색의 나무들이 천장과 벽, 바닥에 매달리거나 놓여 있다. 썩은 나무의 뿌리와 기둥, 줄기는 그 자체로는 빛을 잃었지만 보랏빛이 도는 파란색을 입으니 신비로운 오브제로 되살아나는 듯했다.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강렬한 색상의 오브제. 그 안에는 생명을 잃고 버려진 나무를 기억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선이 머문다.

리앤배(부산 수영구 수영강변로)에서 조은필 금민정 2인전 ‘The Narrative of Space and Time’이 열리고 있다. 부산에서 개최한 디지털·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 연계 전시로, 강렬한 색채로 시각적 몰입을 유도하는 조은필 작가의 설치 작품과 디지털과 아날로그적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금민정 작가의 느린 영상 작업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시간과 장소성을 조명했다.
전시에 참여한 조은필 작가는 올 상반기 5개의 전시를 소화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부산 사하구 홍티아트센터에서 영국 스코틀랜드의 도시 코브에서 한 달간 지낸 레지던시 결과물을 전시 ‘코브의 바람’으로 내보였고, 지난달 개막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유리: 빛과 불의 연금술’전에서 가야시대 왕궁터에 뿌리 내린 은행나무를 모티브로 한 13m 규모의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갤러리 순에 이어 리앤배의 전시를 소화한 후에는 청주시에서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일 리앤배 전시장에서 만난 조은필 작가는 “저의 시그니처인 파란색은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한 작업을 보여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바쁜 일정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부산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이후 영국 UCL 슬레이드 예술학교 대학원(조각) 석사와 부산대 미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뮤지엄 원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포항시립미술관 등에서 20여 회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조은필’ 하면 떠오르는 파란색(코발트블루)을 중심으로 초현실적인 공간을 구현하는 설치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전시에 대해 작가는 “예전 작업실이 있던 공단에 죽은 채 쓰러진 나무가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작업한 작품”이라며 “죽은 나무를 정제 작업을 거쳐 파란색을 더하니 보랏빛이 나면서 슬픔과 환상의 느낌이 드는 신비로운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전시장의 통창을 바라보며 매달린 나무가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스코틀랜드 코브에서의 경험이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고 조용한, 자연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자연물을 자연스럽게 관찰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이전에는 전시 공간을 나의 의도대로 이끌고 연출하겠다는 도전적인 느낌으로 작업했는데,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작업에 머금게 하는 것, 그리고 자연을 해치지 않게 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게 됐고 레이스천으로 자연물을 감싸는 등 새로운 시도도 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중견 작가가 되니 자연스레 자연물에 관심이 가게 되고, 파란색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끔 하는 쪽으로 작업 스타일이 변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조금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조은필 작가는 “블루는 저를 나타내는 색상으로, 저 자신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렇지만 이제는 자연물, 그것을 둘러싼 환경과 관계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어 다음 작업이 저 역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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