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아동 없는’ 어린이날

임은정 기자 2025. 5. 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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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등 각종 기념일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어린이날이지 싶다. 선물 외식 각종 기념행사 등 온 세상이 적어도 이날만은 어린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 애초 제정한 어린이날은 1922년 5월 1일이었다(1961년 ‘아동복지법’에서 매년 5월 5일로 확정). 3·1운동 이후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해’ 만든 어린이날은 ‘천도교소년회(1921년)’의 창립일인 동시에, 세계 노동절(근로자의 날)이면서 유럽 등 여러 나라의 ‘소년의 날’ 또는 ‘어린이의 날’이었다. 3·1 운동 참여로 일본 경찰에 잡혀 고초를 겪은 방 선생은 1920년 일본으로 유학 가 아동문학과 아동심리학 등을 공부했다.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쓰고 ‘어린이도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창했다. 어린이날이 생기기 이전까지 애기, 어린 것 등으로 불리며 존중받지 못하던 아동의 권리와 행복 보장을 위해 제정된 어린이날이기에 ‘5월의 꽃’으로 추앙받아 마땅하다.

‘미래의 희망’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많이 아프다. 최근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0~14세 어린이 수는 539만2237명으로, 전체 인구(5117만 명)의 10.5%에 불과하다. 인구 10명 중 1명 꼴로, 40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37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가 어린이였던 1970년에는 인구(3200여만 명)의 42%가 어린이고, 65세 이상은 3.3%(현재 20.4%)였다.

아동·청소년이 정신건강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수치도 4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월 우울증 등 정신건강 관련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18세 미만 아동 환자는 27만625명으로, 2020년(13만3235명)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 대부분 ‘우울’ ‘불안장애’ ‘기분장애’ 등 병명이었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입시경쟁이 부른 병적인 조기 사교육 열풍이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청년 세대는 주거, 일자리, 양육환경의 불안정성, 과도한 사교육비 등으로 출산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로 여긴다. 경쟁 일변도 사회에서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연대의 문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출산은 갈수록 ‘감당할 수 없는 일’로 전락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과연 어린이가 살고 싶은 나라인가?’ 이 질문에 답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임은정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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