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꽃비에, 예술 향기에, 푸짐한 술상에…아, 취한다
전주는 ‘한옥마을’과 ‘전주비빔밥’으로 대표되는 고즈넉한 분위기와 미식 문화로 국내 여행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여행지다. 그간 전주한옥마을과 전주비빔밥을 빼고 전주 여행을 논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판도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지난해부터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새로운 핫플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마다 새하얗게 물드는 공장 철길부터 버려진 폐벙커를 활용한 전시 체험 시설, 음식 모양 돌을 전시하고 있는 개성 넘치는 갤러리까지. 당신이 몰랐던 전주의 색다른 매력을 소개한다.

◇ 5월 전주에 내리는 ‘눈꽃’
- 팔복동 이팝나무길, 개화시기 한시 개방
- 완산꽃동산도 절경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가 되면, 시내 곳곳에서 하얀 눈꽃을 닮은 이팝나무가 만개하며 전주는 새하얀 ‘설국’이 된다. 특히 전주 산업단지가 있는 팔복동은 공장을 드나드는 철길 양옆으로 이팝나무가 하얀 꽃 터널을 수놓고 있어, 인생 사진을 가질 수 있는 봄나들이 명소로 사랑받아 왔다.
전주시는 지난해부터 이팝나무 개화 시기에 맞춰 철길을 한시 개방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26, 27일과 지난 3~6일에 개방 행사가 열렸다. 각종 체험 부스와 먹거리, 굿즈를 파는 장터도 열려 이 일대는 자유롭게 봄의 절정을 만끽하는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비록 개방 행사는 끝났지만, 철길 옆으로 난 도로를 거닐며 이팝나무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팔복예술공장’ 앞에서 멈추게 된다. 이곳은 1990년대 초반까지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던 곳으로, 지금은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재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20세기 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와 라울 뒤피의 판화 및 아트북 등 169점을 만나볼 수 있다. 앙리 마티스는 야수파를 창시한 인물로, 드로잉과 판화에서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선과 형태를 추구하며 ‘선의 연금술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라울 뒤피는 마티스의 영향을 받아 야수파에 참여했으며, 밝고 경쾌한 색채와 빛의 조형 언어를 통해 ‘삶의 기쁨’을 예술로 구현한 인물이다. 전시는 오는 7월 27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성인 기준 1만 원이다.
봄꽃을 떠나보내기 아쉽다면 ‘완산칠봉꽃동산’에 들르자. 겹벚꽃 명소로 알려진 곳이지만, 겹벚꽃 외에도 철쭉 영산홍 조팝나무 등 1만 그루에 달하는 꽃나무가 자아내는 절경을 5월 중순까지 즐길 수 있다. 떨어진 꽃잎이 수놓은 붉은 꽃길도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이곳은 원래 한 전주 시민이 1970년대부터 선친의 묘소를 모신 산에 꽃나무를 심고 가꿔온 공간이다. 꽃구경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자 2009년 전주시가 이곳을 사들여 나무를 추가로 심고 시설을 정비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고 한다.

◇ 우주를 품은 폐방공호
- 다중우주 콘셉트, 미디어아트 시설
- 닥터 곽 갤러리도 이색 관광지 화제
완산칠봉꽃동산 인근의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는 최근 전주에서 가장 뜨거운 핫플 중 한 곳이다. 완산벙커는 전쟁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1973년 지어진 전체 면적 3178㎡, 높이 3~5m, 길이 280m 규모의 방공호로, 긴 복도에 10여 개의 방이 연결된 개미굴 형태의 독특한 구조를 갖춘 시설물이다. 2005년 용도 폐기된 후 고구마 저장고 등으로 활용되다가 2014년 완전히 폐쇄됐으나, 전주시가 2019년부터 90억 원을 들여 이곳을 ‘다중우주’ 콘셉트의 미디어아트 전시·체험 시설로 단장해 지난 2월 개관했다.

최근 종영한 tvN 예능 ‘식스센스: 시티투어’에 나온 ‘닥터 곽 갤러리’도 이색 관광지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주한옥마을 내에 자리한 이곳은 가정의학과 의사 곽병찬(67) 씨가 지난해 3월 개관한 ‘돌 전시관’으로, 그가 40여 년간 수십 억 원을 들여 수집한 음식 모양 돌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 내부는 수십 년의 역사가 묻어나는 고풍스러운 도자기, 유럽식 식기와 명화 등으로 장식돼 있어 마치 왕궁의 연회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식탁에 깔린 새하얀 식탁보 위로는 전주비빔밥부터 고기, 빵, 초콜릿 등 산해진미를 쏙 빼닮은 돌이 전시돼 있다. 이는 모두 인공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자연석으로, 한국 중국 브라질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것이다.
전시품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3단 생일 케이크’ 모양의 돌이다. 3억60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석순 위에 보석처럼 생긴 돌을 여러 개를 올려 만든 작품으로, 그 가격은 2억 원을 훌쩍 넘긴다고 한다. 현재 전시관에서 전시 중인 돌은 350여 점으로, 그간 곽 씨가 수집한 돌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앞으로 전시품과 창고에 보관 중인 돌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선보일 예정이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 0507-1304-2693

◇ 술도 예술이다
- 삼천동 막걸리 골목, 상다리 부러질듯한 푸짐한 상차림 유명
전주를 대표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맛’이다. 대표 음식인 비빔밥의 유명세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음식이 또 있다. 바로 ‘막걸리’다. 전주는 곡창지대를 끼고 있는 데다 물과 누룩의 질이 좋아, 예로부터 막걸리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그 인기가 늘며, 전주에서는 어느 동네에서나 막걸리 가게가 늘어선 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중에서도 삼천동은 ‘전주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막걸리 골목의 원조로 불리는 곳이다. 이 일대에서는 단품 메뉴가 아닌 한 상 차림으로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원수에 맞게 주문하면, 막걸리 2병이 담긴 주전자와 안주 한 상이 나온다. 4인상(7만5000원)을 주문하니 삼계탕 은행구이 김치찜 김치전 홍합탕 피꼬막 생선구이 간장게장 산낙지 계란후라이 수육 메밀전병 홍어삼합 오리철판구이까지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청할 정도의 잔칫상이 차려졌다. 푸짐한 양은 물론, 모든 음식이 메인 요리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
반드시 맛봐야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모주’(母酒)다. 모주는 막걸리나 술지게미에 생강과 대추, 계피 등 한약재를 넣고 달인 술로, 알콜 도수가 1% 내외에 불과해 한국의 ‘뱅쇼’(와인에 과일과 계피 등을 넣고 끓이는 프랑스의 음료)로도 불린다. 수정과와 막걸리를 섞은 듯한 계피 향과 달콤한 맛이 특징으로,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과음했을 때 속풀이로 마시는 해장술로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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