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의지 일관된다"던 김문수… 미묘하게 말 바뀐 이유
전당대회 날엔 "오늘 방안 내놓으면 이상해"
토론회선 "이준석, 단일화 쉽지 않아"
후보 되자 "단일화에 이낙연, 이준석 포함해야"

"내일 정식 대선후보가 되면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을 말씀드리겠다." (5월 2일)
"오늘 선출되자마자 단일화 방법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숨 한 번 돌리고 답하겠다." (5월 3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줄기차게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의 단일화를 강조해 표심을 샀고, 지금도 '단일화에 한결같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전과 후는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다. 6·3 대선에서 맞서게 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후보 등록 마감일이 당장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급물살을 탈 듯 했던 범보수 단일화는 여전히 안갯속에 놓였다.
김 후보는 6일 경주 방문 일정 중에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에 대한 일관된 의지도 분명하게 보여줬고 지금도 단일화에 대해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최근 발언을 살펴보면 경선 과정에서 '김덕수(김문수+한덕수)'를 자처하며 단일화를 공언한 것과는 다르게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일화 시점에서부터 온도 차가 느껴진다.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신속한 단일화를 주장해왔다. 지난달 28일 단일화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구체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진심"이라며 "공정하고 신속하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방법으로 하겠다)"이라고 밝혔다. 30일 TV조선 토론회에서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는 전당대회 직후여야 하냐'는 질문에 'O'를 들며 "우리 당 후보가 뽑힌 다음에 늦지 않게 합당한 방법으로 (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전당대회 전날까지만 해도 "내일 정식 후보가 되면 그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입장이 다소 후퇴했다. 여태 단일화 방식은 거론조차 되고 있지 않다. 3일 전당대회가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방식을 묻는 질문에 "당원들이 나를 오늘 뽑아줬는데 단일화 방안을 내놓으면 이상하지 않겠냐"며 "숨 한 번 돌리고 답하도록 하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4일에도 "(단일화 추진 기구 발족 시기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계속 논의해나가야 한다"거나 "(단일화는) 가급적 모든 분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화를 예고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당의 비협조 때문?

김 후보의 입장이 변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로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대법원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보수진영이 한층 유리해졌다는 판단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의 비협조, 한 전 총리와의 낮은 지지율 격차 등도 김 후보가 단일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단일화 대상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생겼다.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반이재명 전선에 있는 후보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등과의 단일화에는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다. 당적이 있는 후보와는 합당 등 현실적인 문제로 당장은 단일화가 어렵다고 본 셈이다. 무소속인 유력 대선주자는 한 전 총리가 유일하다.
김 후보는 지난달 24일 채널A 토론회에서 '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면 개혁신당 이준석과 단일화한다'는 질문에 세모를 들며 "이준석 후보도 한덕수 후보만큼 조건이 간단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개혁신당의 후보여서 당의 통합이랄지, 복잡한 문제가 많다"며 "협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다. 그런 취지로 (단일화를) 안 하겠단 것"이라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김 후보는 한 전 총리는 물론 이준석 후보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 등도 포함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정당의 소속이어서 단일화 논의가 쉽지 않은 후보들과의 단일화를 내세우면서 시간끌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무소속인 한 전 총리가 상대적으로 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 후보가 시간을 끌면 단일화 협상에서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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