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종탑농성 열닷새 만에…장애인 단체, 대주교와 첫 대화

“대주교님 시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시설 안에서 고추장 푸는 나무주걱으로 수도 없이 맞아서 멍이 났어요.”(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연대 공동대표)
7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9층 교구장실. 박 대표를 비롯한 전국탈시설장애연대(탈시설 연대) 쪽 6명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 천주교 쪽 4명이 원탁에 둘러앉아 탈시설을 둘러싼 각자의 입장을 전했다. 이날 대화는 탈시설연대 활동가 3명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천주교가 탈시설 권리를 왜곡한 것을 사과하라”며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열닷새 동안 농성을 벌인 끝에 마련됐다. 막상 마주 앉은 양쪽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탈시설이 지향하는 원칙적인 가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모든 인간이 천부인권을 가진 만큼 장애를 가진 분들도 인권과 자율권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론 마땅한 권리 주장”이라며 “우리 교구회도 결국 그 점을 위해서 일한다. 근본적인 지향점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다만 장애인 주거선택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장애인자립지원법에 대해선 우려를 이어갔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해 2027년 시행을 앞둔 이 법에 대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천주교 사복위)는 반대 성명을 내고 교회 안에서 조직적인 법 폐지 청원 운동까지 벌였다. 탈시설 활동가들의 종탑 농성이 촉발된 계기다. 정 대주교는 “저희 안에선 (이 법이) 시설 거주 장애인 부모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갈등을 촉발한 천주교 사복위는 이날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사복위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속해 있고, 서울대교구 뜻도 주교회의에 반영된다. 이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정 대주교에게 “(천주교 사복위와 갈등을)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탈시설연대 쪽은 대화를 마친 뒤 “서울대교구 쪽에서 탈시설 장애인이 사는 장애인 지원주택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 대화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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