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는 자식을 버릴 마음이 없다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2025. 5. 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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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수행에 게으른 비구는 때려죽여도 무죄라는 말이 있다. 알아보니 때리는 이유와 맞아 죽는 이유인즉슨 불효한 탓이다. 출가한 자는 부모를 모시지 않기에 어찌 보면 출가 자체가 불효로 보인다. 허나 이것은 단지 유교적 관점이자 사회적 통념이고 출가는 절대 불효가 아닌 오히려 더 큰 효도라고 불가에서는 말한다. 그 이유 있다. 이제부터 출가에 대한 불가의 변(辯)을 들어보자. 출가의 근본은 더 큰 효(孝)를 행하기 위함이다. 혈육지정의 효에 집착하지 않고 중생 구제라는 대승적인 효를 지향하는 것이 출가이다. 불교에서는 효의 대상을 가족으로 국한하지 않고 일체 중생으로 확대한다. 출가 수행하여 마음을 깨달아 중생을 제도하는 길이 곧 천생의 부모와 억겁의 자친(慈親)에 보답하는 길이다. 일리가 있다.

일자출가구족승천(一子出家九族升天)

남송(南宋)의 대천보제(大川普濟)가 엮은 오등회원(五燈會元)에 수록된 글귀다. 뜻 풀어보자면 일자출가(一子出家) 즉 자식 한 사람이 출가하면 구족승천(九族升天) 구족이 하늘에 오른다는 뜻이다. 여기서 구족(九族)은 위로는 아버지부터 고조할아버지까지를 의미하는 4대에 아래로는 자식, 손자, 증손, 현손까지인 4대를 합친 8대 여기에 자신이 포함된 9대를 말한다. 일단 출가를 하면 자신은 물론 이미 돌아가신 조상님들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손들까지 극락왕생이 보장된다. 출가는 자신과 집안을 구제하는 위대한 발걸음인 것이다. 그 뜻 이러하니 불교적 관점에서는 출가자체가 치사랑이자 내리사랑이며 효도다. 그렇다면 때려죽여도 죄를 묻지 않는다는 비구들의 불효는 출가가 아닌 게으른 수행이다. 출가는 하였으나 수행하지 않는 자는 부모를 모시지 않는 불효에 부모의 은혜 보답하지 않는 불효가 추가되어서 가중 처벌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부모의 은혜는 무량하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는 3말 8되의 피를 흘리고 8섬 4말의 젖을 먹인다고 하였고 이런 은혜는 자식이 아버지를 왼쪽 어깨에 업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서 피부가 닳아서 뼈에 이르고 뼈가 닳아서 골수에 이르도록 수미산을 백 천 번 돌더라도 다 갚을 수 없다고 구체적으로 예까지 들어가며 불교경전인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서 부모님의 은혜를 강조했다. 또 부모은중경에서는 부모의 은혜를 구체적으로 십대은(十大恩)으로 나누었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어머니가 아이를 뱃속에 품고 오랜 시간 동안 각별히 지키고 보호해주신 은혜이다.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해산할 때 겪는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신 은혜이다.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 자식이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소식만으로도 모든 고통과 근심을 잊어버리시고 기뻐하신 은혜이다.

인고토감은(咽苦吐甘恩) 쓴 것은 삼키시고 단것은 뱉어서 먹이신 은혜이다.

회건취습은(廻乾就濕恩) 진자리 마른자리를 가려서 뉘어주신 은혜이다.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이다.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깨끗하지 않은 것을 씻어주신 은혜이다.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 멀리 떠난 자식을 걱정해주신 은혜이다.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 자식을 위해서 모진 일도 서슴지 않으신 은혜이다.

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 끝끝내 자식을 애처롭게 염려하신 은혜이다.

불가에는 가르치는 이도 울고 배우는 이도 운다는 글이 있다. 강원의 교재인 치문(緇門)에 수록 된 사친서(辭親書)다. 당나라 동산양개(洞山良介) 선사가 출가하면서 어머니에게 쓴 작별편지다. 자신은 출가한 몸이니 이제는 죽은 자식처럼 여기시라는 내용이다. 자식의 의중이 어떻든 간에 어머니도 본인 뜻 담아 답장했다.

자유포모지의 낭무사자지심(子有抛母之意 娘無捨子之心)

자식은 어미를 버릴 수 있지만 어미는 자식을 버릴 마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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