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 “한국 퀴어 영화, 넓어지고 깊어지는 중”

“처음 오디션 경쟁률은 500대 1이 넘을 정도로 치열했어요. 막상 시나리오를 보고서는 소속사들이 겁을 내서 캐스팅하는 데 애를 좀 먹었죠. 하하”
일상에 스며드는 퀴어 로맨스를 연출해온 김조광수 감독이 신작 ‘꿈을 꾸었다 말해요’를 들고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퀴어’가 한국 독립영화의 주요 갈래가 되어가고 있는 흐름에서도 늘 한걸음 더 나아가는 질문을 던져온 그는 이번 영화에 과감하고 솔직한 베드신과 민감한 소재를 담았다.
“퀴어 주제 안에서도 금기로 여겨지는 편견 같은 걸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좀 긴 거 아니냐’ 할 만큼의 베드신을 넣어야겠다 생각했죠. 섹스라는 게 자극만이 아니라 벗고 편안하게 누워서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포함되는 거잖아요. 누구나 공감할 일상적인 자연스러움을 담고자 했죠.” 지난 2일 전주 영화의거리에서 만난 김조 감독이 말했다.
신작은 중고거래 마켓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내며 사랑이 싹트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선뜻 꺼내지 못하는 각자의 고단함을 가진 두 청춘은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헤어진다. 오디션에서 찾지 못하고 어렵게 발굴한 두 주연배우는 신인 이웅재(경일)와 정시현(경호)이다. 김조 감독은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를 그려보고 싶었다”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퀴어 영화를 만들고 비엘(BL) 드라마 ‘신입사원’(2022) 연출도 했으며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대도시의 사랑법’처럼 성소수자 이야기가 대중적 폭을 넓히는 게 반갑다고 했다. 7일 발표된 이번 전주영화제 수상 결과에서 4관왕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3670’ 역시 탈북자 출신 동성애자를 그린 영화다. 김조 감독은 “이번 전주에서도 퀴어 영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퀴어의 사랑뿐 아니라 퀴어와 가족, 퀴어와 사회 등 개인에서 관계로 시선이 넓어지고 고민의 폭도 깊어지고 있다. 양성평등에서 성평등으로 시선이 확장되는 추세가 반갑다”고 했다.
다만 원작의 퀴어들의 이야기를 퀴어 친구와 동거하는 이성애자 여성의 이야기로 각색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처럼 “규모 있는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이성애자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야 하는 게 여전한 현실이기도 하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투자받기가 더 어렵지만 퀴어 영화를 먼저 만든 선배로서 같은 장르 안에서도 좀 더 고민이 필요하거나 꺼내기 힘든 소재나 주제를 다루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최근 한국 독립영화계는 상업영화의 위기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한 탓에 어떻게 관객과 만날까도 큰 고민이다. 그는 “극 중 극 형태로 이야기를 보강해서 연극으로 풀어내며 종합극 식으로 무대에 올려볼까, 새로운 방식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독립영화인들에게 하나의 방법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 2일 한국 영화의 위기 해법을 주제로 한 전주영화제 포럼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던 김조 감독은 “독립영화는 국가 지원에서 스태프가 아닌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없다”며 “새 정부에선 창작자에게도 지원금 일부가 돌아가도록 제도의 근간을 바꿔야 지속가능한 창작에 실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전주/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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