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책이 아니다... 40년간 빛 발한 강애란의 서재

책이 어두운 전시장을 밝혔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장착한 반짝이는 책 '라이팅 북(Lighting book)'이다. 라이팅 북은 보고 읽는 책이 아니다. 빛을 내며 책의 본질을 묻는다.
40년간 책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를 해온 강애란(65) 이화여대 서양화과 교수의 개인전 '사유하는 책, 빛의 서재'가 서울 종로구 수림큐브에서 31일까지 열린다. 1986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작품을 망라했다. 책은 강 작가에게 단순한 지식 저장고가 아닌 빛과 소리를 발신하는 예술 매체다. 그는 "책은 제게 사유의 도구이자 감정의 저장소였으며, 동시에 감각을 일깨우는 예술 장치였다"며 "그간 작품 활동은 책에 축적된 기억과 시작, 여성적 감수성을 시각화하는 탐구의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40년간 작가가 천착한 책의 세계는 4개 층에 펼쳐졌다. 1980~1990년대에 제작한 '보따리' 연작과 석판화 등 초기 작품을 전시한 지하 1층부터 작품 시기별로 이어진다. 1층은 작가의 대표작인 '라이팅 북' 시리즈와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으로 채웠다. 2층은 미디어 캔버스 페인팅, 하이퍼 북 등 책과 기술을 접목한 실험의 장이다. 3층 정면의 벽에는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1920년대 여성 계몽 잡지 '신여자' 창간인 김일엽, 한국 현대무용의 개척자 최승희,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등 20세기 여성 선구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라이팅 북'이 설치됐다. 주체적인 여성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3m 높이의 책장 '지성의 탑'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집,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집,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철학서 등 빛을 뿜어내는 책 오브제 수십 권이 진열돼 있다. 빛으로 만든 공간을 거닐며 보는 책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책이 아니다. 전시 관계자는 "책 제목을 투명한 레진 재질의 책 형태에 새기고 내부에 조명을 삽입하여, 지식과 감정의 기억을 시각화했다"며 "책 탑은 지식의 축적과 확산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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