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1위’ 둘러싼 각축전…구조조정 속도엔 물음표

허인회 기자 2025. 5. 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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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저축은행, 교보 등에 업고 경쟁력 강화…OK금융은 상상인 인수 타진
자산 순위 변동 가능성…업권 양극화 심화 속 규제 완화 목소리도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최근 교보생명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의 SBI저축은행 한 지점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저축은행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교보생명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업계 2위 OK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을 품에 안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형 M&A가 연이어 진행되면서 당국이 추진하는 저축은행업권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M&A 규제가 까다로워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4월28일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오는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SBI저축은행 최대주주인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인수금액은 약 9000억원 규모다. SBI홀딩스는 현재 SBI저축은행의 지분 85.23%를 보유 중이다.

이번 M&A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그간 발목을 잡아온 풋옵션 분쟁이 해결된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증권·운용을 제외한 은행·손해보험·카드 등의 계열사는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교보생명은 과거부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오던 SBI그룹의 SBI저축은행을 품게 됐다.

이번 인수를 통해 교보생명은 예금 등 수신 기능을 확보하게 됐다. 보험·저축은행 간 연계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가령 SBI저축은행의 계좌를 보험금 지급용으로 활용하면서 예·적금을 교보생명 퇴직연금 상품에 운용하는 식이다.

SBI저축은행 역시 보험사에서 대출받지 못한 고객에게 저축은행 중저금리 대출을 소개할 수 있다. 보험사는 신용등급 요건이 은행과 유사한 수준이라 고객이 대출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여신 규모도 1조6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SBI저축은행의 현재 여신 규모는 11조원 수준이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인 가운데 2위 OK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을 뛰어넘을 태세다. OK금융그룹은 현재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놓고 협상 중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실사를 마치고 매각가를 조율 중이다. 다만 상상인그룹 측은 2000억원 수준을, OK금융그룹은 1000억원가량을 제시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OK금융그룹은 지난 3월 페퍼저축은행 실사에 나서며 동시다발적 협상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페퍼그룹의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이 매각 철회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서울, 충청, 호남권에서 영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OK금융그룹 입장에선 영업권(경기·인천)이 겹치는 상상인·페퍼저축은행을 모두 사들일 이유는 없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자산 규모 7위 페퍼저축은행보단 12위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문제로 상상인저축은행을 매각해야 하는 상상인그룹의 상황도 OK금융그룹 입장에선 호재다.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2조3765억원)을 인수할 경우 OK저축은행(13조5889억원)과의 합산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6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현재 1위 SBI저축은행(14조289억원)을 단숨에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교보생명을 등에 업은 SBI저축은행과 덩치를 키운 OK저축은행이 선두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다.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사진은 OK저축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구조조정 유도하는 당국…시장은 "규제 완화 必"

업계 1, 2위의 M&A 움직임과 맞물려 하위권 저축은행들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의 M&A을 활성화하기 위해 2년간 한시적으로 M&A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저축은행 구조조정 대상은 적기시정조치(유예 포함)를 받거나 검사 결과 재무상태가 적기시정조치 기준에 해당할 것이 명확한 경우다. 하지만 앞으로는 최근 2년간 분기별 경영실태평가에서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저축은행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한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저축은행 10여 곳이 신규 M&A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등의 영향으로 자산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지방 중소형사들이 그 대상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부실 저축은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율적인 M&A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수익성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선 M&A 성사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등 상위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78.9% 증가한 234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79개 저축은행의 순손실은 3974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저축은행 규모에 따른 차등적인 규제 체계 도입과 함께 대형 저축은행들의 영업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화 전략이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저축은행 규제체계 재정립 필요성 및 발전방안' 보고서에서 "단수 영업 구역을 보유한 저축은행이더라도 대형 저축은행에 부여되는 인센티브에 따라 대형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시장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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