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故 강서경을 기리며[유희경의 시:선(詩:選)]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지만/ 꿈인가 싶게 서로를 안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겨울의 일일 뿐이다./ 곳골은 여름을 살고 우리는 여름 안에 있다./ 그림자가 포개어진다. 지금이 여름 아니어도/ 포개어진 그림자가 몸을 섞어 커다란 새의 모양./ 좁은 초원에 곳고리 산다. 보지 못했지만 우리는 안다.’
- 유희경 ‘좁은 초원’(강서경 展 ‘버들, 북, 꾀꼬리’에서)
부고를 받았다. 죽음은 늘 믿기 어렵다. 멀게만 느껴질 뿐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별안간 쏟아지는 눈물은 설명되지 않는다. 내내 울다가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어떤 나라에선 신문에 싣는 부고를 중히 여긴다고 한다. 죽은 이의 생애를 근사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낯도 모르는 이의 죽음을 애석해한다고. 오늘 나는 미술가 고(故) 강서경에 대해 적으려 한다.
강서경을 나는 ‘누나’라고 부른다. 그의 격 없는 다정함에 감화되어 절로 그리 부르게 되었다. 나는 강서경의 미술 작업을 경애했다. 강서경은 나를 작업실에 불러 작품들을 보여주곤 했다. “끝내주지?” 되묻고는 허허 웃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끝내줬으니까. 강서경의 예술관은 더러 나의 지침이 되기도 했다. 그는 사람을 사랑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사랑했다. 그것을 하나의 선으로 이으려 했다. 마치 하나의 별자리처럼, 비로소 ‘우리’가 된 우리는 사랑이라는 빛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화문석으로 만든 ‘검은 자리’ 시리즈, 정간보와 춘앵무를 활용한 퍼포먼스 ‘검은 자리 꾀꼬리’ 등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의 ‘끝내주는’ 작품보다 아름다운 건 강서경이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누나인 그를 사랑했고, 선배로서 더없이 존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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