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부총리가 남긴 짤막한 퇴임사 "엄중한 시기에 떠나 죄송"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퇴임사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를 여러분께 넘기고 떠나게 되어 마음이 무겁고 국민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사무실과 기자실을 찾아 짤막한 퇴임 인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별도 이임식은 열리지 않았다.
최 전 부총리는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퇴임사를 통해 "이렇게 갑자기 여러분께 작별 인사를 드리게 되어 저 자신도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며 "연휴 기간 노트북 모니터 앞에서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인사가 늦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를 떠올리며 "88일의 대통령 권한대행 기간 중 우리 헌정사의 불행한 한 페이지를 여러분의 도움으로 함께 건널 수 있어 든든하고 고마웠다"고 전했다.
이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여러분이 국정과 민생 안정, 재난 대응, 국가신인도 사수를 위해 하루하루 사투를 벌였던 모습을 국민들은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복합위기의 부작용이 예상보다 심각해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관세 충격이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며 "2021~2022년 중 자산시장 과열 등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초과세수를 트렌드 변화로 인식한 세수 추계 오류도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또 "복지 기능은 확대하되 민간중심의 경제 활력은 구조개혁과 시간이 필요한 과제인데 미완으로 남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 전 부총리는 기재부 포함 행정부와 공직자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행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공직을 시작하였고 떠나는 지금 순간도 같은 생각"이라며 "국가의 중장기적인 미래비전과 과학적인 분석으로 단기적인 인기영합적 의사결정을 배제하고 국가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면서 각 분야·세대 간 갈등 조정으로 공생의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국민이 행정부 공직자에게 부여한 사명"이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여러분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며 "그 힘은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바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헌법 제7조 제1항의 공무원이라는 자긍심에서 나온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공직자로서의 신념과 자긍심을 다져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 전 부총리는 임기 중 소회도 밝혔다.
그는 "엄중한 대내외 여건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준 여러분 덕분에 복합위기 극복, 부채의존 구조 탈피, 약자복지 확대 등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동시에 혁신과 이동성이 선순환하는 역동경제, 문제해결사이며 현장에 진심인 기재부, 시성비(時性比) 있는 일하는 방식 혁신, 일 가정 양립 문화 선도, T자형 보직 관리 등 여러분과 함께 변화를 꿈꿨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상정 직후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한 전 권한대행은 바로 사의를 재가했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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