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렵고 충혈된 눈, 알레르기인 줄…방치했다 망막까지 떨어지는 '이 병'

눈이 가렵고 충혈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히 피로나 일시적인 자극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될 경우 과잉 면역 반응이 원인인 '알레르기 결막염'이나 '아토피 각결막염'일 수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자칫 눈이 혼탁해지는 백내장, 눈 속 망막이 떨어지거나 들리는 망막박리 등으로 악화할 수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눈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결막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안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꽃가루, 집 먼지, 동물의 비듬, 미세먼지처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인 알레르겐(Allergen)에 쉽게 노출되고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 항원이 결막을 자극할 경우 비만세포나 호산구 등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히스타민과 같은 염증 유발 물질이 분비되면서 눈 가려움, 충혈, 붓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백진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결막은 단단한 보호막이 아니라 매우 민감한 면역 센서"라며 "작은 자극에도 눈 가려움, 충혈, 눈물, 이물감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로 4~6월에 나타나는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 역시 꽃가루, 미세먼지, 황사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연중 발생하는 알레르기 결막염도 있는데 이는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동물의 비듬이나 털 등 실내 환경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중에서 약 80%는 특정 계절에 증상이 더욱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경우는 눈이 충혈되고 가려울 때 '아토피 각결막염'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알레르기 반응을 넘어 백내장, 원추각막(각막 돌출), 망막박리 등 심각한 안과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어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정밀 진료가 필요하다. 백진욱 교수는 "눈이 가렵고 충혈되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도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 생활환경을 돌아봐야 한다"며 "계절의 영향, 반려동물 접촉, 침구 정리 후에도 증상이 계속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 결막염 진단은 먼저 병력 청취를 통해 가족 중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지, 증상이 언제,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후 세극등(Slit Lamp) 현미경 검사를 통해 결막·각막 등을 확대 관찰해 결막 부종과 충혈, 유두 비대 등 알레르기 징후를 확인한다. 필요에 따라 전신적 알레르기 검사, 결막 찰과 검사, 결막 유발 검사, IgE(Immunoglobulin E) 항체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에는 항히스타민제가 가장 많이 쓰인다.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해 가려움, 충혈, 부종 등의 증상을 빠르게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장기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비만세포 안정제(Mast Cell Stabilizer)를 함께 사용한다. 백 교수는 "히스타민 분비 자체를 억제해 증상 발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최근에는 항히스타민과 비만세포 안정제의 효과를 겸비한 약제들이 개발돼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증상이 심하거나 급성 염증 반응이 나타난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점안제(Steroid Eye Drops)를 단기간 사용할 수 있다. 경미한 증상에는 충혈과 결막 부종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혈관수축제가 쓰인다. 단, 혈관수축제는 사용을 중단했을 때 오히려 증상이 악화하는 '반동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투여해야 한다.
일각에서 민간요법이라며 소금물로 눈을 씻는데 이는 결막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눈을 반복적으로 비비는 행위도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 중일 때는 부작용 위험이 커지므로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백진욱 교수는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에는 외출 시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세안과 샤워로 눈 주변의 항원을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좋다"며 "침구류와 커튼은 주기적으로 세탁해야 한다. 습도를 낮게 유지하고 짧은 환기와 공기청정기 사용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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