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심장이 멎을 듯한 KAIST 금고 속 진짜 명작들"

2025. 5. 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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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특별한 금고를 열어볼 시간입니다.

바로 KAIST 미술관에 자리한 '명작의 금고(The Vault of Masterpieces)'입니다.

2024년 겨울, 야심 차게 문을 연 이 젊은 미술관이 선보이는 컬렉션은 그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뉴욕에서 활약하는 갤러리스트 신홍규 관장의 애장품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의 뉴욕 자택 거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특별한 공간은 더욱 흥미를 자아냅니다.

그곳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숨결이 느껴지는 '농부 여인의 초상화'부터 오랫동안 잊혔던 여류 작가 카를라 프리나의 작품, 심지어 파블로 피카소마저 탐냈던 침팬지 화가 콩고의 작품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들여다볼수록 놀라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 작품들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는 듯한 흥미진진한 여정을 선사할 것입니다.

'명작의 금고' 문을 여는 순간, 아트홀릭 독자 여러분은 과연 어떤 예술적인 보물을 발견하게 될까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홍영은 KAIST 미술관 학예실장을 만나 '신홍규 컬렉션: 명작의 금고' 展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KAIST 미술관의 첫 기획전이라고 들었습니다. '명작의 금고(The Vault of Masterpieces)'는 무엇을 만나는 전시인가요?

KAIST 미술관은 2024년 12월 17일에 문을 연, 대학미술관입니다. 그럼에도 첫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신홍규 컬렉션: 명작의 금고' 展은 매우 특별한 기회로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뉴욕에서 동시대, 고미술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전시를 펼치는 신홍규 관장(갤러리스트)의 개인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미술 컬렉터로서의 여정을 반영한 전시입니다.

전통적인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그의 뉴욕 자택과 수장고의 분위기를 미술관 안으로 옮겨온 듯한 공간 연출은 예술을 단순한 ‘전시물’이 아닌 ‘삶의 일부’로 경험하도록 합니다. 신홍규의 기억과 직관, 감정이 켜켜이 담긴 작품들은 살아 있는 아카이브처럼 관람객과 조우하며,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미적 감각과 예술 철학을 친밀한 방식으로 공유합니다.

▮ 국제적으로도 저명한 신홍규 갤러리스트를 초청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배경이 있다면요.

전시 전경, 사진 제공: KAIST Art Museum, 사진촬영: 지호준

신홍규 관장(갤러리스트)의 인연은 2024년 12월 KAIST 미술관 교양 강좌 시리즈의 일환으로 진행된 교내 구성원 대상 영어 강연 “10 Years of Rebellion and Passion: Self-portrait of Gallerist Hong Gyu Shin” 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미술사와 복원학을 전공하면서 2013년 맨해튼 신 갤러리를 설립하며 뉴욕에서 갤러리스트, 컬렉터 그리고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상업 미술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그의 경력, 그리고 작품을 대하는 진지하고도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자세가 KAIST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잘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 신 대표의 실제 거실을 재현한 공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안에서 아트홀릭 독자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나요?

전시 전경, 사진 제공: KAIST Art Museum, 사진촬영: 지호준

도심의 제약된 공간 안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작가들의 재발견,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물품들을 함께 두고 생활한 공간을 그대로 들여옴으로써, 작품 간의 위계나 가치 판단을 떠나 ‘한 사람이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관객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관람객들은 그 안에서 기억, 직관, 감정이 켜켜이 쌓인 ‘살아 있는 아카이브’와도 같은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전시를 보는 순간, 우리 각자의 일상 속 공간—작업실이나 거실, 선반 위 작은 소품 하나—속에서도 예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 전시는 그런 사유의 기회를 주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 반 고흐의 '농부 여인의 초상화'는 그의 다른 대표작들과 어떤 점에서 다르고, 이번 전시에 어떤 의미를 더하나요?

Head of a Peasant(1885), Vincent Van Gogh, 사진제공: The Shin Collection

반 고흐가 예술적으로 성숙해지기 시작하던 1885년, 네덜란드 누넨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기의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갤러리스트 신홍규가 2024년 5월 소더비 경매를 통해 직접 확보한 개인 소장품입니다. 4월 29일 오픈식에 앞서서 “반 고흐 그림이 내 손에 오기까지: How I Got My First Van Gogh” 강연에서는 이 작품을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뿐 아니라, 소장자로서 예술 작품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모습, 그리고 그 기쁨을 다른 이들과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캔버스 크기, 윗면 처리 방식, 나무 프레임의 구조 등 물리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KAIST 미술관의 전시 이력을 작품 뒷면에 전시 기록으로 새겨졌다는 점은, 향후 대여나 전시를 통해서도 KAIST 미술관을 대외적으로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이는 소장자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기여이자 특권이라 할 수 있으며, 구성원 모두에게 자긍심을 갖게 해주는 동시에, 예술과 문화가 지닌 힘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 재조명된 작가 ‘카를라 프리나’의 작품도 전시된다고 들었는데, 어떤 작품이고,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전시 전경, 사진 제공: KAIST Art Museum, 사진촬영: 지호준

카를라 프리나(Carla Prina, 1911–2008)는 오랫동안 미술사에서 다소 잊혔던 이탈리아의 여성 작가입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의 작품 Composition (1944)과 Untitled (1952) 두 점의 드로잉과 mixed media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프리나는 1950년대 초 이탈리아의 ‘알테미라 운동(Altemira Movement)’과 깊은 연관을 가진 작가입니다. 이 운동은 알테미라 동굴 벽화의 발견에서 영감을 받아 미로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이 벽화적이고 원초적인 감각을 현대 추상 미술에 접목시키고자 했던 흐름입니다. 프리나도 그 중심에 있었지만, 오랜 시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신홍규 관장(갤러리스트)은 그녀의 가치를 연구하며 알아보고, 관련된 작품들을 꾸준하게 수집해 왔습니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을 통하여 소개되기도 전에 프리나의 작품을 주목했던 선구적인 안목이 이번 전시를 통해 드러납니다.

▮ 신홍규 대표가 소장한 작품 중 ‘이건 정말 반전이다!’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Untitled (1960–1961), Cy Twombly, 사진제공: The Shin Collection

사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 대부분이 그런 ‘반전’을 품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낯설 수 있지만, 알고 보면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예를 들어, 사이 톰블리(Cy Twombly, 1928–2011)의 Untitled (1960–1961)은 얼핏 보면 단순한 낙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들 속에는 언어, 역사, 신화가 녹아 있으며, 그는 그런 ‘무심한 듯한’ 표현을 통해 현대미술의 문법을 새롭게 쓴 작가입니다. 여전히 동시대 작가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작품은 침팬지 화가 콩고(Congo, 1954-1964)의 작품입니다. 파블로 피카소와 조안 미로가 소장했을 만큼 예술성을 인정받은 콩고의 회화 중 한 점, Fan Patterned with Curved Base (1957)을 KAIST 미술관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작품들이 반전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너무도 자연스럽게—마치 숨바꼭질하듯—전시실 곳곳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은 무심히 지나쳤다가 ‘이런 작품이 여기에?’ 하는 놀라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 자체로, 이번 전시가 지닌 묘미이자 반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특별한 경험을 관람객도 가지시길 기대합니다.

▮ ‘명작의 금고’라는 제목처럼,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열어보게 되는 ‘예술의 보물’은 무엇일까요?

Man and Woman(1975), Ken Kiff, 사진제공: The Shin Collection

49점의 작품들은 유명 작가의 것이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한 점 한 점 작품이 지닌 예술사적 의미와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해 온 과정이며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

중요한 건, ‘명작의 금고’라는 이름처럼 처음엔 외부에 있는 보물을 찾는 듯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건 ‘소중한 것들과 함께하는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예술의 보물은 외부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안에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 KAIST 미술관 주최 신홍규 컬렉션 '명작의 금고' 展

- 장소: KAIST 미술관 개방수장고(2층)

- 일정: ~ 2025.8.29.(금)

- 관람 시간: 10:00-17:00(평일)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 청주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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