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계실 줄 알고 못다 표현한 마음… “아버지, 사랑해요”[그립습니다]

2025. 5. 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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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어버이날 앞두고 더 그리운 나의 아버지(김양기·1935∼2023)
2019년 2월에 아버지(앞줄 가운데), 어머니(아버지 오른쪽)를 모시고 어머니 생신에 찍은 가족사진. 뒷줄 맨 오른쪽이 필자.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께.

아버지는 저에게 온 우주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이셨어요.

아버지가 떠나신 뒤, 엄마(차인옥·88)는 쓰러지셔서 대수술을 받으셨고, 오랜 병원 생활 끝에 결국 거동조차 못 하게 되셨어요. 둘째 언니는 여전히 결혼도 하지 않고 일하면서 대소변 수발까지 하며 엄마를 곁에서 열심히 모시고 있어요.

‘사무치게 그립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아버지 사진을 보고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오시며 “막내딸 왔냐?”하고 제 이름을 부르실 것만 같아요.

이게 현실이 아닐 거라고,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되뇌면서도, 아버지가 저희 곁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감하지 못하네요. 주변에서 충분한 애도와 위로를 전해주셨어요. 그럼에도 저는 아버지께 미련이 남아 잘 보내드리지 못하나 봐요.

아버지가 늘 “주변 챙기느라 정작 내 아이들에게 금전적으로 많이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실 때면 오히려 제가 더 죄송했어요. 부모님은 최고신데 저는 그에 걸맞은 번듯한 타이틀 하나 제대로 얻지 못한 채 효도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부모님을 생각할수록 앞으로라도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져요. 손해를 보더라도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야 할 이유를 주신 분, 바로 부모님의 자녀로요.

아버지께서 제게 보여주신 사랑과 배려는 참으로 지극했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어보니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경스러운 인품이셨음을 느낍니다. 학창 시절, 저는 부모님께 단 한 번도 매를 맞아본 적이 없어서 선생님들의 이유 없는 체벌이 부당하다고 여겨졌고,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이런 가족이 있구나. TV 드라마보다 더 인자하고 부드러운 부모님이 계시는 집이네”라고 감탄해도 그게 얼마나 귀한지 몰랐어요.

이른 결혼 후 저는 참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치매와 성격 이상 증세로 혹독했던 시아버지의 시달림 속에서 25년을 견뎠어요. 시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이제 친정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잘해드리고 싶던 그 시점, 저는 그 소망을 이루기도 전에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어요.

아버지께서 폐렴으로 병원에서 모든 치료를 잘 마치고 집에 오셨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를 뵈러 가려던 중, 늘 계시던 모습 그대로 집에서 숨을 거두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세상이 저에게 왜 이러나’ 하는 충격에 휩싸였었죠.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장례는 오빠와 형부, 그리고 손주들이 제 몫까지 해주었습니다.

아버지, 손주들은 그사이 둘째 아들도 낳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해 교사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며, 대학 졸업 후 좋은 직장에 다니며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흐뭇해하실 만큼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어보니, 큰소리 한 번 없이 가족이 자녀와 부딪히지 않고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어떻게 그렇게 넓게 이해하고 다 품어주셨는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든든한 기둥이셨던 아버지, 나이 드신 어르신들까지 챙기시며 마지막까지 동네 청소를 하시던 그 모습. 아버지의 소천 소식에 많은 분들이 슬픔 속에 안타까워하셨고, 엄마 꿈에 흰옷을 입은 천사들과 함께 미소로 손 흔드시며 “먼저 가 있을게”라고 말씀하셨다니, 저는 아버지가 천국에서도, 장기도 두시고, 흥겨운 음악도 들으며 노래도 흥얼거리실 모습을 눈에 그려봅니다.

저는 속으로 계속 읊조립니다. 영원히 계실 줄 알고 못다 한 제 마음 다 표현할게요. 엄마와 고생하는 언니, 우리 가족들을 위해 지금처럼 함께해 주세요. 사랑해요, 아버지. 우리 언제고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막내딸 김진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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