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새로 나온 책]

빛과 실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이었던 것은 아닐까?”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신작. 문학과지성사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의 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실’을 포함해 미발표 시와 산문, 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온전한 최초의 집으로 ‘북향 방’과 ‘정원’을 얻고서 쓴 일기까지 총 열두 꼭지의 글이 실렸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작가는 이 두 가지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글쓰기의 동력이라고 믿어왔는데, 이삼 년 전부터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하며.

최적화라는 환상
코코 크럼 지음, 송예슬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최적화는 신앙과 비슷하다.”
‘최적화’는 수학 개념이다. ‘제한된 자원으로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수학 개념이 어느새 시대정신으로 부상해 있다. “더 많이, 더 좋게, 더 빨리”를 위해, 우리는 모든 사물을 쪼개어 통제 가능하도록 만들고 사사건건 비교우위와 생산성을 따지는 사고방식을 체질화해버렸다. 직업뿐 아니라 일상과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응용 수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다. 학생 시절부터 몸에 밴 ‘최적화’란 개념을 실리콘밸리에서 물릴 정도로 경험하다가 돌연 탈출을 감행해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현장과 사람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최적화의 실체와 대안을 재기 넘치게 써냈다.

우리 반에도 있다
김현 지음, 낮은산 펴냄
“가까이 오길 기다리지 말고 가까이 다가가길!”
말도 마음도 삼켜야 하는 시절이었다. 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대신 “스님이 되고 싶다”라고 말해버렸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낙인찍어 ‘그런 사람’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세상이라 그랬다. 그럼에도 부모로부터 ‘밝을 현’을 이름으로 받은 아이는 제 부모의 소망처럼 이름대로 자랐다. “죽지 말자고 서로에게 손 내미는 세계”를 짓기 위해 말을 고르고, 글을 건네는 시인으로 산다. 저자는 여전히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려 애쓰는 세상에 대수롭지 않게 자신을 내놓는다. “알아채고 물어보고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내 뒤에 오는 퀴어를 ‘살리기’ 위해서. 낮은산출판사가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해마’를 론칭하며 내놓은 책 중 한 권이다. 서현숙(〈난처한 마음〉), 홍승은(〈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김중미(〈친구를 기억하는 방식〉) 작가가 ‘지금의 나’를 만든 청소년기 기억을 풀어놓는다.

사라진 근대건축
박고은 지음, 에이치비프레스 펴냄
“그러니 이제, 우리는 사라지고 사라질 건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1가 53-1번지에 가면 1935년 준공된 조선저축은행(SC제일은행 전신)이 있다. 국산 화강석으로 지어진 건물은 6·25 전쟁 한복판에서도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했다. 건축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1989년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이 최근 한 백화점의 별관으로 재개장했다.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상업시설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다”라는 관계자의 말은 ‘서울 근대건축의 미래’에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등 비극의 역사를 생생히 담은 증거인 서울의 근대 건축물이 과거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공존을 모색하는 시도를 담았다.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윤비 지음, 생각정원 펴냄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최초의 절박함을 혹시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자는 2023년 가을, 베를린 고등연구원의 펠로로 선정됐다. 그곳에서 그는 1년 동안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온 사회과학·인문학 석학 30인과 함께 세계 민주주의의 현황과 위기 그리고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주의는 ‘국가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등장한 체제다. 그는 “민주주의란 시민들의 의지와 실천을 통해 부단히 확장되고 진화하는 체제”이며, 현재 극단적 권위주의 세력에 의해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책은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와 그 힘을 통제하는 ‘민주주의’의 탄생과 성장, 갈등과 대결 그리고 국가와 민주주의의 나아갈 방향과 역할을 담고 있다.

동아기획 이야기
이소진 지음, 나무연필 펴냄
“그때 그 시절을 함께한 어떤 음악 레이블에 대하여.”
1980~1990년대, 음반 기획사 동아기획은 특별했다. 뮤지션을 존중했던 김영 대표가 1982년 설립한 이 레이블은 ‘웰메이드 음반’의 상징이었다. 동아기획은 내부 뮤지션의 추천으로 음반을 제작했다. 김현식은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 멤버들을, 전인권은 하덕규를, 하덕규는 장필순을, 최성원은 박학기를, 조동익은 김현철을, 김현철은 이소라를 추천했다. 동아기획 뮤지션은 서로 도우며 소속 뮤지션의 앨범에 목소리와 연주를 더했다. ‘언더그라운드의 대부’로 불린 조동진이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구심적 역할을 했다. 대중음악 연구자이자 뮤지션인 저자는 한 음반 기획사가 어떻게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는지 동아기획의 발걸음을 촘촘히 기록했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