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보호” 관세전쟁 되풀이… 이번엔 ‘자유무역’ 회귀 난망 [심층기획-美 ‘고율 관세 정책’ 역사]
1890년대 50% 고율 관세로 세수 충당
“당시 美 신생국… 정당화 명분 있었다”
1930년대 보호무역론자 후버 前 대통령
평균 관세 40.1%서 59.1%로 19%P 올려
각국 보복관세… 2차 세계대전으로 번져
2차대전 이후 자유무역주의 신뢰 향상
전문가 “트럼프 조치로 다자주의 종식
재편된 경제 질서 당분간 유지” 전망
1월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대통령 선거운동 때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마가(MAGA)’를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예고대로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인상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에는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도 관세를 100% 부과하겠다고 발언해 문화·예술 분야까지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흥을 기치로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형국이다.

◆‘관세왕’ 매킨리의 산업 보호론
트럼프 대통령이 전부터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언급해온 이가 있다. 미국 하원의원에서 제25대 대통령이 된 윌리엄 매킨리는 관세를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국을 부유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부(富)의 샘처럼 여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때 “매킨리 전 대통령은 관세와 재능을 통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며 “그는 파나마운하를 비롯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인) 테디 루스벨트에게 그 돈을 줬다”고 매킨리 전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 3월4일 첫 의회 연설에서도 매킨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알래스카 최고봉 ‘디날리’의 명칭을 ‘매킨리 산’으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매킨리 산 이름을 알래스카 원주민 언어로 ‘신성함’을 뜻하는 디날리로 바꾸었는데 이를 되돌리겠단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때 미국은 신생국이고 영국에 비해 산업이 훨씬 초보 단계라 산업 보호론을 앞세워 고율 관세를 정당화할 명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1929년 10월24일,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가 찾아온다. 이른바 ‘대공황’이다. 전 세계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후유증에서 회복 중이었다. 유럽 농업이 차츰 회복하자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줄고 곡물 가격이 하락했다. 미국 농부들 불만이 커졌고 1928년 대통령으로 보호무역론자이던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가 당선됐다. 후버 전 대통령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재화만 수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였다. 그의 머릿속에 농민을 구제할 방법으로 처음 떠오른 방법도 관세 인상이었다.
1930년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 두 공화당 의원 주도로 농업 보호 취지의 관세 법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입법 과정에서 제조업, 광업 등 분야별 이익집단 요구까지 반영되며 이 법은 광범위한 고율 관세법으로 탄생했는데 바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다.

관세 전쟁은 국가경제만 악화시킨 것이라 아니라 국가 간 적대감을 키웠고, 대중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대공황 상태에서 보호무역주의로 촉발된 자국 중심주의는 결국 평화적 방법이 아닌 물리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경제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번졌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다.
◆“트럼피즘은 지속될 것”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서둘러 무역을 다시 개방했다.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자유무역주의에 신뢰가 높아지며 1950년대부터 전 세계 교역량이 폭증하고 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불문하고 급격히 커졌다. 관세 인하로 수입재 가격이 하락하고 전 세계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출주도형 성장국이 나타났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인 허정 서강대 교수(경제학)도 “자유무역체제로 다시 돌아오긴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허 교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 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창설하고 바이든 전 대통령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고관세를 잇는 등 민주당 정권에서도 미국이 해오던 통상질서에 변화가 있었다”며 “통상 조치는 트럼프 개인의, 행정부 차원의 일시적 정책이 아니라 미국이 가진 큰 변화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 정책을 주어진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해갈 수밖에 없는 나라”라며 “얼마 전 ‘2+2’ 통상 협의로 압축된 4가지 의제 결과물이 향후 30년의 한·미 경제동맹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에 국익을 우선하는 태도와 협력도 당부했다. 그는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변수가 많지만 국익을 최우선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며 “다른 나라에서 통상정책이 거의 독립적으로 추진되듯이, 우리나라도 통상정책의 원칙을 세워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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