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의 트라우마 치유하고… 이상을 꿈꾸던 자리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조선시대 양산보
스승 조광조의 죽음 목격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소쇄원 짓고 그곳에서 치유
파직된 정철의 대표작도
송강정서 탄생해
당파 싸움 심했던 조선 때 유행
많은 선비들 자연 벗 삼아 새 삶
화창한 날씨에 꽃구경 삼아 동네 뒷산에 올랐다. 그곳에는 어김없이 정자(亭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전통 건축에서 정자는 참 독특한 존재다. 벽 없이 기둥만으로 이루어져 안에서 탁 트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지만, 동시에 밖에서도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에 대해 소설가 김훈은 “정자가 ‘본다’는 행위가 갖는 시선의 일방성을 넘어선다”며 “정자와 세상과의 관계 본질은 ‘서늘함’이다”라고 했다.(자전거여행2, 김훈)


연산군의 폭정을 끝내고 왕위에 오른 중종은 훈구 세력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사림을 등용했다. 성리학적 이상을 바탕으로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고 유교의 윤리를 강조하고자 했던 조광조와 젊은 사림들의 주장에 양산보는 마음을 뺏겼을 터다. 소쇄원에 있는 두 정자에 ‘광풍각(光風閣)’, ‘제월당(霽月堂)’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다. 중국 북송 시대 시인 황정견이 주무숙의 인품을 설명하면서 사용했던 ‘광풍’과 ‘제월’은 ‘깨끗하여 가슴 속이 맑고 고결한 것’ 또는 ‘그런 사람이나 세상이 잘 다스려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소쇄원에서 북쪽으로 4㎞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명옥헌 원림(鳴玉軒 苑林)도 비슷한 배경에서 조성됐다. 명옥헌은 오희도(1583~1623)가 외가가 있던 후산마을로 이사 오면서 들어섰다. 그는 열아홉 살과 서른한 살에 과거에 합격했지만 관직에는 나아가지 않았다. 광해군 시절 혼탁했던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세상의 시름을 잊겠다’는 뜻의 ‘망재(忘齋)’라는 정자를 짓고 자연을 벗삼아 살았다. 이후 오희도는 광해군을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인조의 관직 진출 제안을 세 번이나 받았다. 그는 노모를 돌봐야 한다며 두 번 거절했지만 결국 마지막 제안을 받았을 때 정계에 진출했다.

면앙정에서 남쪽으로 3.5㎞가량 떨어진 송강정(松江亭)은 면앙정가단 중 한 명이었던 송강 정철(1536~1593)이 죽록정(竹綠亭)을 자주 찾으면서 이름이 바뀐 정자다. 정철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당쟁에 휘말려 파직을 당했을 때 할아버지의 산소가 있던 담양에 은거했다. 그는 이곳에서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을 남겼는데, 모두 임금을 향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관직에 나아가거나 물러설 때 구차하지 않고 의리에 맞아야 한다는 ‘출처진퇴(出處進退)’는 선비들에게 중요한 가치였다. 벼슬에서 물러난 선비들은 자연과 어울리는 정자를 짓고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며 자신의 소망을 담은 노래를 읊었다. 그래서 어떤 정자에 방문하든 선비들이 바라봤을 방향을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그 풍경에 정자를 지은 사람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이 탄핵된 사례는 자질이 부족하고 준비되지 않은 자가 느닷없이 최고 권력을 쥐었을 때 생길 수 있는 폐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앞당겨진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내가 나라를 이끌 적임자’라며 여러 인사가 뛰어들었다. 각 당 경선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후보들이나 대선에서 국민 선택을 받지 못한 주자들이 권토중래할 땅은 어디일까?
방승환 도시건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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