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지를 찾아서] 성주 참외, 달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 조화 ‘탁월’ | 디지털농업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5월호 기사입니다.
여름철 대표 과채류로 인식됐던 참외의 제철이 앞당겨지고 있다. 재배 기술의 발달로 상당수의 과채류를 계절 구분 없이 맛볼 수 있게 됐지만 생산 안정성을 고려하면 참외는 3월부터 본격 출하돼 5월에 정점을 찍는다. 따스한 봄날 싱그러운 기운을 뽐내며 영글고 있는 참외를 찾아 주산지 경북 성주로 향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참외 샐러드 레시피가 상당한 인기다. 참외 속을 파낸 과육을 얇게 썰어 접시에 담고, 파낸 속으로 즙을 내 올리브유·사과식초·레몬즙·알룰로스·소금 등을 적당량 섞어 만든 드레싱을 끼얹으면 완성. 요리에 소질이 없어도 손쉽게 차려낼 수 있고, 차림새도 제법 근사하니 나른해지기 쉬운 봄날 별미 건강식으로 마침하다.

요즘엔 생과로 즐겨 먹는 참외가 샐러드뿐 아니라 피클·깍두기 같은 반찬부터 빵과 음료 등 디저트류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참외씨가 배앓이를 유발한다는 속설 때문에 다디단 속을 싹 파내고 과육만 숭덩숭덩 썰어 먹던 시절을 떠올리면 참외의 대변신이 아닐 수 없다.
박과 식물에 속하는 참외는 분류학상으로 멜론과 같은 종류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계통이 서양에서는 멜론, 동양에서는 참외로 분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보로 지정된 고려시대 청자과형병(靑磁瓜形甁)과 같이 참외를 형상화한 유물이 적지 않으니 참외는 우리 땅에서도 오랜 세월 덩굴을 뻗어온 작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경북 성주가 참외 주산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그 유구한 역사에 비하면 의외로 근래의 일이다.
성주 지역에서 소득작물로 참외를 재배한 것은 1950년대부터로 알려져 있다. 서쪽에 가야산이 우뚝 서 있는 지형상 성주 일대는 강풍·강우·폭설과 같은 자연재해 피해가 적다. 동쪽으로 유량이 풍부한 낙동강이 흐르는 것 역시 과채류 재배에 이로운 조건이다. 사실 성주 지역에서는 참외와 같은 덩굴성 박과 식물인 수박 재배가 먼저 성했다. 성주군 벽진면을 중심으로 재배된 ‘벽진수박’이 유명세를 떨쳤는데, 1980년대 중반부터 농가들이 수박에서 참외로 대거 품목을 전환했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과채류의 시설재배가 확대됨에 따라 계속해서 품종 개량이 이뤄졌고, 1980년대에 이르면서 품질이 대폭 개선된 <금싸라기 은천>이 보급됐다. 이는 성주 지역 내 참외 재배 면적이 확대돼 수박을 앞지르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참고로 참외는 품종 변화가 많은 작물인데, 현재 농가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품종이 이 금싸라기 은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정호 성주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참외기술팀장은 “기후 조건 악화로 작황에 변동성이 발생할 때 상대적으로 참외의 소득 안정성이 수박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 또한 농가들이 수박에서 참외로 품목을 전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편 참외는 전통적으로 여름 과채지만 6~7월에 본격 출하되는 복숭아·자두 등 여름 제철 과일과 견줘 우위를 점할 확률이 낮다. 참외는 노지재배했을 땐 여름을 제철로 보는 게 맞지만 100% 시설재배로 전환되며 출하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됐고, 이는 참외 농가에 호재가 됐다. 더군다나 딸기 출하 끝자락부터 자두·복숭아 등의 여름 과일이 본격 출하되기까지 3~6월에 출하되는 과일이 많지 않은 까닭에 성주 농가들이 전략적으로 참외 생산을 확대하면서 제철이 앞당겨졌다.
여기에 지속적인 재배 기술 개발은 고품질 참외 생산에 시너지를 냈다. 성주군농기센터가 중심이 돼 노동력을 절감하고 생산량과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재배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왔고, 이를 농업인대학과 영농 교육, 맞춤형 농가 컨설팅 등을 통해 보급한 것도 성주 참외의 경쟁력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박 팀장은 “성주 참외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겨울철에도 무가온으로 참외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지리적 요인과 함께 토양 열을 축적하는 보온덮개 자동개폐장치, 연작장해를 방지하는 토양 관리법 등의 기술력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를 뒷받침하듯 올해로 참외를 재배한 지 8년이 된다는 조상범 촌스러움농장 대표(35)는 “여러 시설 작물 중에서도 참외는 초기 시설 투자 부담이 적고, 자금 회전이 빠른 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성주 지역에 재배 기반이 잘 구축돼 있어 과감히 연동형 재배 하우스로 규모화한 참외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조 대표는 연동형 하우스 20동과 단동형 하우스 17동을 합쳐 3만 3000㎡(1만 평) 규모의 참외를 재배하고 있다. 성주 참외의 경우 농업인구 감소, 고령화 등의 변화에도 재배 면적과 생산량을 유지하는 편이나 농가 수 자체는 줄어들어 농가당 재배 면적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조 대표와 같은 젊은 대농이 등장해 농업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농사만 잘 지으면 유통에 큰 부담이 없다는 것도 농가가 고품질 참외 생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성주 참외는 관내 공판장 40%, 도매시장 35%,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수탁 7%, 개인 택배 7% 순의 점유율로 출하된다. 다양한 판로를 희망하는 농가를 위해 성주군은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성주 참외 쇼핑몰(sjcmall.cyso.co.kr)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성주 참외는 지역 농가들의 주도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 참외 상자 경량화, 성주 참외 스티커 미부착 등을 시작으로 농업경영과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조 대표는 “저만 해도 앞으로 50년 가까이 농사를 지을 텐데 거시적인 관점에서 불필요한 소비재는 없는지, 당장의 이익을 좇아 농토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의 농업 환경을 되돌아보게 된다”며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터전까지 내다보고 준비하는 농가,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농정이 손발을 딱딱 맞춰 이뤄낸 성주 참외의 위상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글 서진영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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