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그래도 농작물재해보험만 한 게 없다

“지난해 언피해를 보고는 올해 다시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어요. 상황이 또 이러니 잘했다 싶죠.”
전남 순천시 월등면에서 2만6446㎡(8000평) 규모로 매실농사를 짓는 박종균씨(76)는 올해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로 농작물재해보험 재가입을 꼽았다. 오랜기간 농사를 지었던 그는 몇년간 보험을 들지 않다 올해 다시 가입했다. 올해도 언피해로 착과 불량이 발생하자 씁쓸해 하면서도 “농작물재해보험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심했다.
해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고온·이상저온·폭우·폭설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그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입률은 저조하다. 매실의 경우만 봐도 순천농협은 매실농가 1300여명 가운데 710명이 재해보험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광양 다압농협은 390명 가운데 250명, 진상농협은 258명 가운데 100명이 가입했다. 3곳 평균 가입률이 52.5%다. 다른 품목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굳이 보험까지 필요한가’라고 생각하는 농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불가항력적인 재해로 인한 피해임에도 5년간 누적손해율에 따라 최대 50%의 보험료 할증이 적용되는 점도 재해보험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낮은 부담률에 비해 효과는 크다. 농작물재해보험 보험료는 보통 국비 50% 시·군이 30%를 지원해 농가 자부담은 20%다. 지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의 추가지원으로 자부담률이 10%로 떨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9917㎡(3000평) 규모에서 매실 언피해를 봤던 광양의 한 농가는 40여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1400여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정상적으로 수확했을 때 매출의 절반에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위기를 넘기고 올해 농사를 다시 준비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지난 한해 멜론 생육부진, 매실 언피해, 마늘 2차 생장(벌마늘), 벼멸구 등의 농작물 피해가 끊이질 않았다. 올해도 배와 매실에 언피해가 발생하며 만만치 않은 한해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대책으로 작목 전환과 스마트팜 같은 신기술 도입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중장기 대책으로 효과를 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이상기후와 싸우며 농사를 이어가기 위해선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만큼 당장 할 수 있고 효과적인 대비책은 없어 보인다.
장재혁 전국사회부 차장 jaehyu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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