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장면 조정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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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는 2016년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고사동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포럼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불청객이 아닌 동반자입니다'는 국내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왜 필요한지 알리는 자리였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상주하게 됐고, 2020년 미국배우조합(SAG)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촬영장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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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오해, 불쾌감 사전에 차단
미국은 2017년 미투 후 급속 보편화
한국 1호 나와… “배우와 창의성 지켜”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는 2016년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나이 든 미국 남자 폴(말런 브랜도)이 젊은 프랑스 여인 잔느(마리아 슈라이더)를 성폭행하는 장면 때문이다. 브랜도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의 협의하에 슈라이더 동의 없이 실제로 성폭행한 것이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였다고 하나 여배우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만약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가 있었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었을까.
미국 영화 드라마 촬영장 상주 보편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성애 장면이나 노출 연기가 있을 때 배우와 감독 사이 조정자 역할을 한다. 지난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고사동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포럼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불청객이 아닌 동반자입니다’는 국내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왜 필요한지 알리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4월 30일~5월 9일) 부대 행사로 열렸다. 국내 1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권보람씨, 배우 권잎새, 임선애 감독이 함께했다.
권씨에 따르면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미국 촬영장에서는 보편화된 직업이다. 2017년 '미투'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영화계 성폭력이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연기할 때 이뤄지는 신체 접촉과 노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상주하게 됐고, 2020년 미국배우조합(SAG)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촬영장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SAG가 인증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양성 전문기관은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10곳이 있다. 권씨는 “온라인 교육(1주일에 4시간씩 16주)과 뉴질랜드 현지 교육(5일)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배우가 불필요한 오해를 하거나 불쾌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감독의 연출 의도를 최대한 반영해 연기할 수 있도록 합의를 도출해낸다. ‘침실 장면 안무가’인 셈이다. 권씨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제작 사전 단계)부터 채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사전 준비와 협의, 명확한 동의 여부 점검, 현장 내 안전 확보가 중요 업무”라고 했다. 그는 “중립적인 역할을 하고 배우를 지키며 제작진 창의성도 지켜야 한다”며 “개인적 의견을 표현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도 말했다. 권씨는 “촬영장에 상주하며 촬영 당일 사전 협의대로 연기가 이뤄지는지 점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배우가 동의를 했다 해도 동작이 불편하다고 하면 촬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유 출산 장면도 포함... "촬영 전 상세 의견 조정"
성애 장면만 관여하는 게 아니다. 여배우의 수유 연기나 목욕하는 모습, 출산 장면, 배우가 착용하는 의상 등도 업무에 포함된다. 권씨는 “각본에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장면을 상세히 분석해 배우와 제작진이 대처할 수 있게 한다”며 “감독과 작가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하며 끊임없이 의견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배우와 스태프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잎새는 최근 단편영화 ‘갈비뼈’를 촬영하며 일본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와 함께 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폭력적인 장면이 많은데도 어떤 촬영장보다 부담 없이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며 “통역을 거쳐야 했다는 점이 유일하게 불편한 점이었다”고 돌아봤다.
제작비 증가 우려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채용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기도 했다. 임선애 감독은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가 일부 금액을 지원해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주=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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