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집’ 김도현·피터 뮐러 대표 “해외입양 인권침해 속죄의 첫 걸음은 투명한 정보 공개” [세상을 보는 창]
미아를 고아로 허위기록 등
진실화해위, 인권침해 확인
국가 책임 문제까지 첫 인정
자료 미비로 뿌리찾기 발목
희귀 질환에 걸린 입양인이
가족력 유전정보 필요해도
친부모 동의 없인 공개 불가
정부, 진정성 있는 사과 우선
입양 기록의 오류 바로잡아
가족재회 원상회복 힘써야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다. 2005년 개정된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입양문화의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해 이듬해부터 법정기념일이 됐다. 하루 앞선 10일은 역시 법정기념일인 ‘한부모가족의 날’로 2018년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한부모가족에 대한 국민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편견을 깨기 위해 제정됐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 차원에서 한부모가족의 날을 기념하기까지 입양의 날 제정을 반대한 시민단체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정부는 평생 분리에 따른 상실을 겪어온 입양인과 친모의 얘기는 쏙 뺀 채 행사를 치를 게 아니라 원가정이 양육에 나서도록 심사숙고할 기회를 주고 책임감을 갖고 도왔어야 했다”며 “과거 스위스에서 만난 한국 입양인은 ‘낳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없는 이들은 살면서 가장 비참한 형편에 내몰렸는데, 국가는 어디에 있었고 한국 사회는 이들을 지지해줬느냐’고 원망하더라”라고 전했다.

다음은 지난달 28일 뿌리의집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진실화해위의 결정으로 국가기관이 과거 해외입양의 인권침해를 확인한 데 이어 국가의 책임까지 처음으로 인정됐다.
“2002년 스웨덴의 전수조사, 이후 미국 미네소타주와 노르웨이 오슬로의 역학조사 결과 한인 입양인의 자살·시도율, 알코올·마약 중독률, 범죄 연루율 등은 일반 가정에서 자란 이와 비교하면 대개 2∼5배 더 되더라. 2012년 무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바로는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2만3000명 정도는 시민권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양부모의 무관심에 시민권을 받지 못한 채 범죄에 연루됐다가 한국으로 추방당한 이들이 우리에게 종종 도움을 요청한다. 이런데도 정부는 ‘해외입양 판타지’를 심어주는 데 일조한 만큼 당장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전 세계 한인 입양인을 조직화하려고 준비도 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대통령이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주길 바란다.”
―진실화해위는 신원조작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도 주문했다.
“정부는 사과 이후에는 입양기록의 오류나 조작을 바로잡아 가족재회 등 원상회복에 힘써야 한다. 전문성과 비용이 수반되는 일인 만큼 예산권을 가진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으로는 입양인과 그 친가족의 권리를 옹호하고 신원을 풀어주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우리가 가입한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에 비추면 인신매매에 가까운 일도 있었는데, 이를 방치했던 정부에서 독립된 기구가 나서야 신뢰성이 보장된다.”
―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에 따르면 친생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 제3항은 친생부모가 숨지더라도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법령 탓에 희귀질환에 걸린 입양인이 확실한 진단을 위해 친생부모 등 가족력의 유전정보가 필요한데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반인권적인 악법이 아닐 수 없다. 법문을 자세히 보면 부모가 돌아가셨거나 입양인이 중대한 질병이 있으면 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방패 삼아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고집부린다. 보신주의가 경악할 노릇이다. 더구나 유전적 질병이라면 살아 있는 부모의 골수 등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죽은 뒤 정보를 공개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부모의 정보이자 입양인 자신의 정보이기도 한데, 그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뗄 수 있는데, 왜 입양인은 허락을 받아야 하나. 부모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데, 입양인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음은 별도 서면 인터뷰를 가진 뮐러 대표와의 일문일답.
―진실화해위는 이번 1차 진실규명 대상자 98명 중 42명을 상대로 자료 미비로 인권침해를 확인할 수 없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반대로 보자면 자료의 부재 자체가 인권침해다. 뿌리를 찾고자 하는 근본적인 인권을 발목 잡고 있어서다. 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도 분명히 제시된 바 있다. 입양 서류의 조작, 광범위한 아동 밀거래, 관련 기록의 누락 및 분실 모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입양이 법률과 헌법에 따라 이뤄졌다면 국가나 알선기관에 증명할 책임이 있지, 입양인의 몫은 아니다. 자료 미비로 출생의 진실을 알 수 없어 진실화해위에 진상 규명을 신청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원칙에 따른 법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정치적 결정이 아닌가 의심된다. 더구나 50가지가 넘는 인권침해가 발생했는데도 진실화해위는 한두개만 짚고 나머지는 못 본 척한 것 아닌가. 오는 26일로 조사 기간을 마치는 2기 진실화해위에 이어 3기가 들어서 올바르게 인권침해 전반을 다뤄야 한다.”
―입양정보 제공 시 개선해야 할 점은.
“입양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형편없다. 오는 7월19일 국내입양특별법·국제입양법 시행으로 알선기관과 함께 입양 전 아동을 보호했던 아동복지시설이 보유한 기록물 원본을 이관받아야 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수행능력이 있는지 심각한 걱정이 든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7∼10월 이 기관에서 조직적인 엉터리 업무수행, 부주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이로 인해 입양인의 기록이 조작되거나 잘못 처리됐다고 한다. 한국의 관행이 그간 전 세계적으로는 입양 모델로 통용된 만큼 인권침해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지구촌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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