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39] 강릉 지누아리 장아찌

식용 바다풀로 서해안에 감태가 있고 남해안에 톳이 있다면, 동해안에는 지누아리가 있다. 지누아리는 도박목 도박과에 속하는 홍조류다. 생김새를 보면 뚜렷한 주축이 있고 양쪽 가장자리에 작은 가지들이 촘촘하다. 그 생김새가 마치 ‘지네’ 모양이라 ‘지누아리’라는 명칭을 얻었다. 지누아리는 남해·제주·서해 먼 섬에서도 서식하지만, 고성·속초·강릉·삼척 등 강원도 동해안 바닷가 암반 위에 많았다. 특히 지누아리를 즐겨 먹는 강릉에서는 정동·안인 해안에서 서식한다. 강릉 사람들은 지누아리를 고추장이나 간장으로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지누아리는 이르면 3월부터 시작해 6월까지 채취한다. 그중에서도 마늘쫑이 올라오는 5월 초에 채취한 것이 맛이 가장 좋다. 이 시기에 채취한 지누아리는 마늘쫑과 함께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반찬으로 먹었다. 과거엔 동해안 갯바위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안 개발, 수온 변화, 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사라지면서 귀한 존재가 됐다. 한때 ‘지누아리를 먹어야 진짜 강릉 사람’이라고 했지만, 이젠 강릉 사람 중 지누아리를 모르는 이도 많다.

햇지누아리를 만나러 강릉 중앙시장을 찾았다. 황금연휴를 맞아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여행객 사이를 지나 건어물 가게로 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반찬 가게를 기웃거렸다. 예상대로 고추장에 버무린 장아찌가 나와 있었다. 햇지누아리를 확보한 건어물 가게는 큰 글씨로 ‘지누아리가 있다’고 써 붙였다. 노인들은 부드러워 씹기 좋은 ‘잔조름한 것’을 좋아하고, 장아찌로 숙성시켜 오래 두고 먹으려면 단단한 지누아리가 좋다.

지누아리장아찌는 음식이 쉽게 상하는 여름철에 즐겨 먹었고, 중장년 된 강릉 사람들은 도시락 반찬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강릉 사람들은 지누아리 장아찌를 생각하면 어머니를 떠올리고 고향을 그리워한다. 지금도 5월이면 자식들에게 줄 지누아리를 구하기 위해 시장을 기웃거리는 어머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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