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39] 강릉 지누아리 장아찌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5. 5. 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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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지누아리 장아찌./김준

식용 바다풀로 서해안에 감태가 있고 남해안에 톳이 있다면, 동해안에는 지누아리가 있다. 지누아리는 도박목 도박과에 속하는 홍조류다. 생김새를 보면 뚜렷한 주축이 있고 양쪽 가장자리에 작은 가지들이 촘촘하다. 그 생김새가 마치 ‘지네’ 모양이라 ‘지누아리’라는 명칭을 얻었다. 지누아리는 남해·제주·서해 먼 섬에서도 서식하지만, 고성·속초·강릉·삼척 등 강원도 동해안 바닷가 암반 위에 많았다. 특히 지누아리를 즐겨 먹는 강릉에서는 정동·안인 해안에서 서식한다. 강릉 사람들은 지누아리를 고추장이나 간장으로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건어물 가게어서 팔고 있는 지누아리 ./김준

지누아리는 이르면 3월부터 시작해 6월까지 채취한다. 그중에서도 마늘쫑이 올라오는 5월 초에 채취한 것이 맛이 가장 좋다. 이 시기에 채취한 지누아리는 마늘쫑과 함께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반찬으로 먹었다. 과거엔 동해안 갯바위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안 개발, 수온 변화, 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사라지면서 귀한 존재가 됐다. 한때 ‘지누아리를 먹어야 진짜 강릉 사람’이라고 했지만, 이젠 강릉 사람 중 지누아리를 모르는 이도 많다.

고추장 지누아리장아찌./김준

햇지누아리를 만나러 강릉 중앙시장을 찾았다. 황금연휴를 맞아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여행객 사이를 지나 건어물 가게로 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반찬 가게를 기웃거렸다. 예상대로 고추장에 버무린 장아찌가 나와 있었다. 햇지누아리를 확보한 건어물 가게는 큰 글씨로 ‘지누아리가 있다’고 써 붙였다. 노인들은 부드러워 씹기 좋은 ‘잔조름한 것’을 좋아하고, 장아찌로 숙성시켜 오래 두고 먹으려면 단단한 지누아리가 좋다.

지누아리가 잘 자라는 강릉시 안인해변./김준

지누아리장아찌는 음식이 쉽게 상하는 여름철에 즐겨 먹었고, 중장년 된 강릉 사람들은 도시락 반찬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강릉 사람들은 지누아리 장아찌를 생각하면 어머니를 떠올리고 고향을 그리워한다. 지금도 5월이면 자식들에게 줄 지누아리를 구하기 위해 시장을 기웃거리는 어머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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