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69] 뉴질랜드는 다를 것이다

‘뉴질랜드 헤럴드’를 구독 중이다. 종이 신문을 받는 건 아니다. 남반구 섬나라 신문 구독은 돈이 든다. 뉴질랜드는 멀다. 계절도 다르다. 곧 겨울이다. 여기는 곧 여름이다. 변기 물 돌아가는 방향도 다르단다. 지구는 참 새삼스럽게 신기하다.
‘뉴질랜드 헤럴드’를 구독하는 이유가 있다. 지쳐서 그런다. 나는 뉴스 중독자다. 많은 영어권 신문을 온라인으로 구독한다. 지난 몇 년 뉴스는 스트레스의 가장 큰 발화점이 됐다. 세계 어느 나라 뉴스를 봐도 비관적인 심경이 든다. ‘요한 계시록’도 이보다는 희망찰 것이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그 나라 뉴스는 사람 이야기도 아니었다. 호주 산불로 위기인 코알라를 뉴질랜드로 보낼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얼마나 평화로우면 동물이 가장 큰 뉴스겠는가. 코알라라니 귀엽기까지 하다.
아버지 오랜 꿈도 뉴질랜드였다. 마도로스 아버지는 젊은 날 “이놈의 나라 사람이 너무 많아 엉망”이라고 했다. 뉴질랜드 이민을 가자고 했다. 얼마 전 같은 마도로스 아버지를 둔 후배에게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아버지도 뉴질랜드 이민을 꿈꿨다. 검증받은 지상낙원이다.
지난 며칠 지상낙원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경찰이 공원에서 개를 학대한 남성을 추적 중이다. 한 남성이 시내에서 총격전을 벌여 시민들이 다쳤다. 한 남성이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몰래 직장 동료들을 녹화하다 잡혔다. 한 여교사가 열다섯 살 남학생을 그루밍 성추행하다 기소됐다.
나는 ‘뉴질랜드 헤럴드’ 구독을 끊을 생각이다. 뉴질랜드는 아버지의 꿈이었다. 후배 아버지의 꿈이었다. 여기서 벌어지는 꼴이 벌어지지 않는 유일한 나라여야 했다. 아니었다. 똑같았다. 똑같은 처지를 ‘키위’라는 귀여운 별명에 감춘 채 남태평양 구석에 숨어 있었다.
대신 나는 ‘피지 타임스’를 구독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뉴질랜드 옆 작은 섬나라다. 관광청 문구가 ‘언제 어디서든 행복한 피지’다. 2014년 갤럽 조사에서 행복 체감 지수 1위를 한 나라다. 다를 것이다. 분명히 다를 것이다. 뉴질랜드와는 다를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정복 “오세훈 공천 신청하고, 장동혁 혁신 선대위 고민해달라”
- 90대 노모 살해한 60대 딸, 첫 공판… “국민참여재판 안 한다”
- 미래에셋·삼성·KB, 국민성장 공모펀드 운용사 선정
- “소속, 이름 적고 나가라”는 출입절차 반발한 현대차노조.... 사무실 점거하고 기물 파손
- 100년 전 부자들이 숨긴 돈?… 구옥 땅 팠더니 금화 쏟아졌다
- 합천에 새겨진 5만 년 전 ‘우주의 흔적’··· 국가지질공원 도전한다
- 트럼프, 이란에 거친 경고… “오늘 미친 쓰레기들에게 무슨 일 일어나는지 보라”
- 제1연평해전·대청해전 주역 고속정 ‘고철’로 매각
- ‘이화영 석방’ 촉구 기자회견에 與 6선, 전·현직 최고위원까지… “검찰의 소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李대통령 “바가지 신고하라”